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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유전자

중고등학교 시절, 국사 시간에 배운 내용이 떠오른다. 중국 역사책 삼국지(三國志) 위지동이전(魏志東夷傳)에는 동이(東夷)의 사람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낸 뒤에 ‘며칠을 계속해서 술을 마시고 밥 먹고 노래 부르고 춤춘다(連日飮食歌舞)’고 기록돼 있단다. 외부인들이 보기에 우리 민족의 음주가무를 즐기는 모습은 유별났나보다. 그 유전자 덕분인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노래방을 가지고 있고, 노래 잘 부르는 사람이 정말 많다. 브라질에서는 동네 꼬마들이 골목에서 축구공 가지고 노는걸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단다. 그래서 브라질이 축구 강국이 된 것이라고들 한다. 삼바에서 보여주는 그 유연한 신체적 유전자를 가진 이들이 축구를 놀이로 알며 즐기니 훌륭한 선수들이 많이 나오는 것도 이상..

세상보기 2021.07.27

이러다 출산율 0으로 수렴될 수도

이번에는 정권 교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국민의 힘밖에 대안이 없다는건 좀 아쉽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성차별에 대한 그들의 인식때문이다. 당대표를 맡은 이준석은 공정이라는 이름으로 현재의 남성 중심 사회를 정당화하며, 여성가족부가 정치적으로 이용되었다는 이유때문에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원래의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도록 운영해야 한다고 해야 할 거 같은데, 폐지한다니... 과거보다 나아졌다고 현재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건만. 이러다가 출산율 0의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다가 박노자의 글을 보게 됐다. 깊이 공감된다. 아이들이 계속 태어나는 게 놀라울 뿐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아이들이 계속 태어나는 게 놀라울 뿐 인간은 기본적으로 일개 동물이지만, 여타의 동..

세상보기 2021.07.25

예쁘다와 먹다

"난 이렇게 예쁜 걸 먹는게 꼭 파괴하는 것 같아서 좀 죄스럽게 느껴져." 전생이라는 것이 있다면 나는 귀족이나 양반은 아니었을 것 같다. 너무 정성스럽게 깎고 다듬어서 예술 작품처럼 만든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대접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진다는데, 나는 두 가지 이유로 기분이 찜찜해 진다. 첫째, 예쁜 것은 눈으로 보면서 그 자체로 즐겨야지 입으로 갖고 들어가는 건 그 예쁜 것을 파괴하는 폭력적 행위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예쁘다와 먹는다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호응이다. 같은 맥락으로 아이들에게 곰돌이 모양의 간식을 만들어주고, 토끼 모양으로 과일을 만들어 주면서 먹으라고 하는 것이 비교육적이라고 생각된다. 곰이나 토끼는 우리가 먹는게 아니고 귀엽고 이쁜 동물이며 ..

교무수첩 2021.07.24

외향성을 연마해서 사회화된 내향인 (MBTI)

친구와 대화 중 MBTI 얘기가 나왔다. 관련된 강연을 준비 중인가보다. 난 INTP라고 했더니 INTJ로 생각했다며 의외란다. 그 말이 이해는 된다. 논리적 사고형(THINKING)은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판단형(JUDGMENT)과 짝이 맞아 보이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인식(PERCEIVING)은 감성적이고 감각적인 기질과 더 어울려 보인다. 논리와 자유가 충돌하는 불편하고 부조화스러운 느낌을 그 친구가 받았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INTP 유형은 드물다고 한다.  그 친구가 재미 삼아 보라고 보내준 PPT 자료들을 보다가 ‘외향성을 연마해서 사회화된 내향인’이라는 말에 혼자 빵 터졌다. 딱 내 얘기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서구와 달리 한국인은 60% 이상이 내향인이란다. 즉, 나만 그런게 아..

동물 병원 유감

우리집 토리(푸들 10살)가 어느 날부터인가 숨소리가 거칠어지더니 급기야 할아버지 천식같은 기침을 했다. 동네 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심장병 초기에 폐수종도 있다며 심장약과 이뇨제 등을 처방해 주었다. 그런데 이틀 동안 약을 먹은 토리는 온 몸으로 이야기했다. “기분이 이상해. 뭔가 불편해.” 일단 약을 끊었다. 그리고 바로 수의사 선생님에게 찾아가 솔직하게 말했다. ‘약을 먹은 후 아이의 행동이 평소와 다르다. 심장병이라기엔 활력이 좋은 편이고, 폐수종이라기엔 수면 시 호흡이 괜찮은 편이라서 큰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해보고 싶다.’ 친절하고 마음 좋은 수의사선생님은 흔쾌히 소견서와 검사 결과를 작성해 주었다. 나중에 동물 키우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알게 됐다. 토리의 수의사 선생님은 정말 좋은 분이라는걸..

세상보기 2021.07.20

학력격차보다 더 심각한건

정보 사회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학교 무용론을 이야기했다. 소위 일타 강사의 온라인 수업을 듣는 것이 학교에서 별 볼 일 없는 교사의 대면 수업 듣는 것보다 낫다고 하며, 교사의 무능과 학교의 불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코로나로 그렇게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자 다들 학교에 보내야 한다고 난리다. 학교의 기능이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코로나는 학교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하고 있다. 학력격차 문제는 누구나 예상했던 문제이다. 온라인 수업은 성적이 중위권인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미쳐서 이들을 대거 하위권으로 이동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최상위권과 최하위권은 사실 학교에 나오든 나오지 않든 자기 갈 길 알아서(?) 간다. 최상위권은 학교와 무관하게 ..

교무수첩 2021.06.21

소유냐 존재냐? 소유의 정리다!

사회가 분화되는 것이 발전인가에 대한 논의는 고전적이라 이제 논할 가치도 없는 일이 돼 버린 것 같다. 사회 현상이라는 것이 단순하지 않아서 분화가 발전이다 퇴보다라고 이원론적으로 접근할 수가 없다. 어쩌면 사회현상을 공부하는 것이 재미있는 혹은 재미없는 이유는 이와 같은 복잡성과 예외성 때문이리라. '신박한 정리'라는 TV 프로그램을 보니 정리 전문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나와서 물건들로 쌓여있는 집을 정리해 준다. 정리 전문가는 물건을 버리도록 한 후에 - 물건을 버리는 데에도 기술이 필요했다! - 남은 물건들을 사용하기 좋도록 재배치해 주는 역할을 했다. 와, 역할과 기능의 분화가 이제 집안 정리의 기술자까지 등장시켰구나 감탄(?)을 했다. 소유냐 존재냐의 게임에서 에리히 프롬의 우려와 예견대로 ..

세상보기 2021.06.11

초딩 동창이 다녀간 날의 일기

아기 때 , 아장 아장 걸어다닐 때, 초등학교 입학했을 때의 내 사진을 보면 뷰 파인더를 보며 셔터를 눌렀을 엄마, 아빠의 시선이 느껴진다. 아무리 봐도 별로 예쁠 것도 없는 평범한 아이인데 - 어릴 때에는 머리카락이 없어서 더 볼품 없었다. - 분명히 그 분들의 눈에는 세상에서 제일 이쁘고 귀엽고 소중한 존재였으리라. 이제 그 느낌을 아는 나이가 돼 버려서 어릴 때 사진을 보면 부모님의 시선에 담긴 마음이 느껴져 찡하다. "자자, 여기 봐 봐. 아이 이쁘다." 부모님의 젊은 시절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그런 이유로 내게 부모님은 세상을 함부로 살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해 주는 존재이다. 근무하는 학교에서 한 학생의 아버지가 나를 찾아왔다. 초등학교 동창인데 담임선생님 면담하러 왔다가 보고 싶어서..

세상보기 2021.06.03

경찰? 검찰? 못 믿어!

중학교때 사회 선생님이 생각난다. 듣는 학생들이 조마조마 정치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던 분이었는데, 지금도 기억에 남는 한 가지 이야기가 있다. "국가는 신뢰를 잃으면 다 잃는거다가야. 이렇게 정치하면 안 된다가야." 공자가 한 民無信不立이란 것을 나중에 알았지만 그 때, 어린 나이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는 말이었다. 그런데 요즘 그 때 들었던 그 말이 떠오른다. 내가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도, 전문가도, 정부 기관도 믿을 수 없다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답을 내 놓으라고 선동하고, 교란하고, 무질서하게 만드는 사람들때문이다. 공포스럽다. 조국 사태는 우리 사회의 불신 풍조를 더욱 강하게 악화시켰다. 조국의 위법 행위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조국의 범법 행위와 부도덕한 행위가 밝혀지자 ..

세상보기 2021.05.31

살처분해서 얻는게 뭐지?

A가 B를 죽였다. 사람들은 왜 죽였는지 알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 이유에 따라 A를 단죄하는데 온정을 베풀기도 한다. 그런데 A가 사람이 아닌 동물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왜 죽였는지는 관심 밖이다. 사람을 죽였다는 결과만이 중요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A가 동물일 경우에 ‘왜’ 죽였는지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인간처럼 ‘묻지마 범죄’나 ‘개인적 원한’이나 ‘계획 범죄’ 같은 것이 아니라 그 동물의, 그 종의 습성일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일정 수준 예측 가능하고 따라서 사회 제도적인 차원에서 대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남양주에서 떠돌이개가 사람을 물어 죽였다. 연일 자극적인 보도가 이어진다. 많은 사람들은 그 떠돌이 개를 죽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행정 담당자는 살처분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카테고리 없음 2021.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