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994

학급 정원 20명이라 좋아라 했는데

학급 정원이 꾸준히 야금야금 줄었기 때문에 담임을 하면서도 학급 정원이 줄어드는 걸 크게 체감하진 못했다. 항상 현재의 비교 대상이 10년 전이 아니라 작년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엔 다르다. 작년 26명에서 20명이 됐기 때문이다. 재작년 30명에서 작년 26명을 맡을 때에는 크게 줄었다는 느낌이 아니었는데, 26명을 보다가 20명을 보니 교실이 훌빈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와, 올해엔 완전 복 받았네. 이렇게 정원이 적은 반은 처음이야." 1학년 담임을 맡아 신입생들을 데리고 교실에서 오리엔테이션을 하는데, 20명 모두 마스크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잔뜩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내가 받은 명단에는 어제 본 진단고사 성적이 나와 있었는데, 20명 중 학년 석차 두 자리 숫자가 몇 명 안 된다. 옆 ..

교무수첩 2021.02.20

학폭이 없어지지 않는 이유

기량이 뛰어난 프로 배구 선수들이 중고등학교 시절의 학폭 가해자로 밝혀지면서 퇴출 위기에 놓였다. 피해자의 증언을 보면, 사춘기 시절에 있을 법한 거친 말과 행동 수준이었다고 이해하기 힘든 폭력이었음이 명백하다. 게다가 일회성도 아니고 다수를 상대로 지속적으로 행해졌다. '지속적'인 그들의 행위를 왜 당시 학교와 감독이 잡으려고 하지 않았을까? 몰랐을 리는 없다. 만일 학교가 그들의 중학교 시절, 운동부의 폭력 문제를 파악하고, 엄격히 대처했다면 피해자의 상처는 회복되었을거고, 가해자들은 10년이 지난 지금 자신들의 재능을 맘껏 펼치는 괜찮은 운동 선수가 돼 있었을 것이다. 학교가, 감독이, 학부모와 학생들조차 왜 당시에는 침묵했을까. 학교 폭력이 없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운동부라는 권력의 위계가..

교무수첩 2021.02.15

박보검이 나오는 드라마를 보고 있자니

'사람, 거죽이 늙으니 그냥 거기에 맞춰서 늙은 척 사는거지, 마음은 안 늙어.' 어디에서 들었는지 생각이 안 나는데, 동의하기 힘들었다. 나는 마음도 몸 따라 가는거라 마음도 함께 늙는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게는 그랬다. 소설도, 영화도, 드라마도 옛날처럼 즐거움을 주지 못했다. 아줌마가 되고 보니 소녀의 감수성은 잃어버린지 오래다. 그런데 아닐 수도 있다는 깨달음을 준 이가 있으니 '박보검'이다. 소년인듯 청년인듯 경계에 있는 박보검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랄까. 다시 소녀가 되고픈 마음이 들면서 빙구 미소가 흘러나오고 마음이 마쉬멜로우처럼 말랑말랑해진다. 20년 전쯤, 욘사마를 보기 위해 한국까지 온 일본 아줌마들을 보면서 나이 먹어서 주책이다, 푼수다, 제 정신이 아니다 ..

세상보기 2021.02.14

빈대 잡으려다 초가 삼간 태우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 삼간 태운다는 말이 딱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이야기할 때 적절한 속담인거 같다. 서초 강남 송파 집값 비싼거야 하루 이틀 일이 아닌데, 그냥 내버려 두고 세금이나 제대로 걷으면 될 것을, 강남 3구 집값 잡는다고 손 댔다가 대한민국의 모든 부동산 가격을 비정상적으로 폭등시켜 버렸으니 빈대 잡으려다 초가 삼간 태운 격이 아니고 무엇인가? 투기와 투자, 임대인과 임차인, 가진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배타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건만 정책을 세운다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단세포적으로 생각을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의아할 뿐이다. 정부가 그렇게 잡고자 했던 양극화는 결과적으로 더 심해졌다. 집 가진 사람(특히 강남에)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경제적 격차는 이제 넘사벽이 돼 버..

세상보기 2021.02.09

도시 빈민같은 도시 길고양이

인간과 함께 도시에서 사는 네 발 달린 야생 동물은 고양이가 유일한 것 같다. 쥐 조차도 이제 도시에서는 구경하기 어렵고, 개는 야생 동물이라고 명명하기 어려운 종이 되 버렸으며, 멧돼지는 배고픔에 도시까지 가끔 내려오는 경우는 있어도 도시에서 인간 주변에 머물며 살지는 않는다. 사실 어떤 동물도 도시에서 살고 싶지는 않을거다. 두 발 달린 새들인 제비, 까치나 까마귀, 그 흔한 비둘기조차도 도시에서 살고 싶지는 않을거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곳을 인간들이 도시로 만들어 버렸으니 할 수 없이 버티며 연명할 뿐... 심지어 비둘기는 유해 동물로 간주돼 '공식적' 퇴치 대상이 되고 있지 않은가? 비둘기 입장에서는 정말 억울할거다. 인간들이 데려다가 평화의 상징이니 뭐니 이용해 놓고, 이젠 개체수가 많아졌다고..

환경과 생명 2021.02.08

교사의 2월과 3월

교사에게는 가장 피곤한 달이 2월과 3월이다. 2월은 정신적으로 피곤하고, 3월은 육체적으로 피곤하다. 2월에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의 역할이 정해진다. 소위 인사권이라는 권한이 나의 삶에 훅 들어와 이리저리 휘두르는 걸 느끼게 되는 때다. 돈 받고 일하는 직업이니 내 맘대로 할 수 없는거야 당연한거지만, 조직의 권력을 체감한다는 것은 몹시 피곤한 일이다. 담임을 또 시키겠지, 몇 학년을 시키려나, 업무는 또 어떻게 배정될까, 수업은 무슨 과목을 몇 시간 하게 될까.... 1년 간 나의 학교 생활이 결정되지만 내 의지와는 상관없다. al게다가 이런 일들이 서로 협의하여 순조롭게 넘어가는 경우가 드물다. 예를 들어 나는 2학년을 원했는데 1학년을 준다든지, 나는 두 과목만 가르치고 싶었는데 세 과목을 하..

교무수첩 2021.02.03

정치가들의 화법

"퇴근 시간 전에 퇴근하는 직원이 있다고 저에게 왜 가만히 있냐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근무 시간을 지켜 주십시오. 주변 사람들이 무관심한거 같아도 다 보고 저에게 이야기가 들어옵니다." 나는 그런 화법을 구사하는 관리자가 싫다. 관리자는 '누군가 내게 고자질을 해서 알게 됐다, 나는 사실 모른척 넘어가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나름대로 직원을 생각하는 것 같지만 그런 말로 이해하는 직원들은 없다. 직원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자기가 할 말을 왜 다른 사람을 핑계대면서 하지? 가서 말한 사람은 뭐가 되겠어? 정말 그런 말을 한 사람이 있을까?' 관리자의 그런 화법은 스스로 무능함을 밝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말은 사무실의 분위기를 나쁘게 만든다. 정말일까, 진짜일까, 누굴..

세상보기 2021.02.02

보이는 대로 말고, 기대하는 대로!

코로나로 거리 두기를 하라고 하지만 지금 우리 학교 교무실은 교사와 학생들로 인산인해이다. 학생들의 생활기록부 민원 창구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말로는 '점검'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학생들에게 '검열'을 받는 기분이다. 교육이라는 것이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지만, 더 나아가 평가까지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대로 해 줘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기가 힘들다. 오타를 고쳐 달라고 오는 것은 고맙다. 사실 오타 점검도 학생의 몫이 아니라 교사들이, 더 나아가 시스템이 할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어쨌든! 문제는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평가를 해 달라고 요구하는 학생들이 있고, 그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선생님, 분량이 너무 적어요. 좀 많이 써..

교무수첩 2021.02.02

2020 교원 성과상여금 차등지급 자가 채점표(2021지급)

2020 교원 성과상여금 차등지급 자가 채점표(2021지급) 교사명 ( ) 인 업무 세부항목 배점 기준 점수 근거제시 비고 학습지도 (35) ① 수업시간 16 ① 5H이상 초과 (16점) ② 4H이상 초과 (15점) ③ 3H초과 (14점) ④ 2H이상 초과(13점) ⑤ 1H이상 초과 (12점) ⑥ 기본 (11점) ⑦ 기준 미만 1H당 1점씩 감점 수업( )시간 동아리( )시간 자율동아리( ) 전공 외( ) 다과목( ) 총( )시간 ■주당 기준시수 ① 교무, 연구, 생활부장 12H ② 선교, 진학부장 14H, (진로상담부장 10H) ③ 부장 15H ④ 수업계, 교무기획 16H ⑤ 일반교사 17H •동아리시수 1H, 자율동아리 0.5H •전공 외 교과지원 +1 •다과목 지도 +0.5 ② 결강 시수 4 ① 결..

교무수첩 2021.02.01

동물을 이용하지 말라

연예인과 정치인에게 인기는 매우 중요하다. 인기는 연예인의 몸값을 올리고, 정치인의 표심을 잡기 위한 필요 조건 중 하나이다. 그들이 미디어의 힘을 빌어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거기에 반려동물이 ‘이용’된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천만이 넘으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며칠 전 방송된 ‘나 혼자 산다’에서 배우 박은석이 고양이 두 마리, 강아지 한 마리와 등장해 평범한 – 혹은 드라마처럼 연출된 – 일상을 보여주었다. 많은 연예인들이 그 프로를 통해 자신들의 삶 속에 함께 하는 반려동물을 보여 주었기 때문에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문제는 다른 연예인들과 달리 그는 반려동물을 ‘상품’처럼 ‘이용’했다는 의심이 든다는 점이다. 그의 SNS 팔로워들은 왜 방송에 나온 동물이 ..

세상보기 2021.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