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80

개똥 치우라는 글에 댓글이 많은 이유

아파트 주민들 카페 게시판에 댓글이 많이 달리는 글들을 보면 정치글(정권에 대한 지지글 아니면 반대글) 아니면 개똥 치우라는 글이다. 너무 달라 보이는 두 종류의 글에 댓글이 많이 달리는 이유가 뭘까? 개똥 치우라는 글도 그 근본에는 혐오주의라는 아주 민감한 정치성이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개똥 치우라느나 글과 그 댓글들을 보면 단순히 개똥을 치우라는 당부의 글이라기보다 평소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개에 대한 혐오감, 개를 키우는 사람에 대한 적대감을 가진 사람들이 떼로 모여 매우 과격하고 과장된 언어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평소에 개에 대한 공포감도 있고, 그래서 개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이 꼴 보기 싫었는데, 동네 길에서 발견한 개똥이 도화선이 되어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

반려동물 2022.05.07

훈련사는 훈련시킬 필요가 없었다

따지고 보면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런데 막상 내 문제, 우리의 문제가 되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우리 동네에서 떠돌이 백구 한 마리를 우여곡절끝에 구조했다. 올가미로 포획해서 뜰채로 바닥에 질질 끌고 가는 백구의 모습을 보면서 나 포함 동네 주민 몇몇이 격분했고, 구청 담당자에 항의했다. 정부 기관이 동물학대에 해당하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포획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구청의 반응이 적반하장이었다. 이에 동물보호단체도 움직였고, 정식으로 경찰에 고발까지 하며 싸움이 시작됐다. 때로는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도 해야 할 때가 있다. 그 과정에서 상처를 입은 백구는 동물구조협회 보호소로 갔고, 거기로 잡혀간 모든 개들이 그렇듯이 곧 살처분될 예정이었다. 몇몇 주민들은 그 백구를 어떻게든 살려 보자고 뜻을 모았고..

반려동물 2020.11.12

노인과 노견

인간의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인 환자들이 많아졌다. 병원에 가 봐도 정형외과, 신경외과, 신경정신과 등에는 휠체어나 지팡이에 의존해서 온 노인 환자들이 많다. 수 십 년 전만 해도 원인 불명의 불치병이었던 질병이나 노화로 인한 증상들이 지금은 다양한 검사를 통해 원인을 찾아내고, '치료 가능한 병' 혹은 '질병의 진행을 일정 수준 지연시킬 수 있는 병'이 되어 병인지 아닌지 모를 상태로 노인들의 삶과 함께 하고 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며 나타나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다. 그런데 반려견이나 반려묘도 비슷하다. 노견 환자들이 많아졌다. 야생에서 살면 제 명을 다 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인간의 보살핌을 받고 사는 동물의 경우에 - 동물원은 별로 그렇지 않지만 - 수명이 늘어났고, 야생에서는 걸리면 죽을 ..

반려동물 2020.11.11

해리야, 미안

지난 번에도 잠깐 밝힌 바 있지만 우리집 반려견 해리는 공부 머리가 좀 좋다. 단어 습득력과 상황 이해력이 좋아서 양말, 수건, 까치, 목줄, 엄마, 아빠, 언니, 토리, 산책, 간식, 뛰어, 천천히, 기다려, 끝, 나중에... 뭐 이런 단어는 껌이다. 나무에 줄이 둘둘 감겨 있으면 이리 저리 움직이며 풀면서 나온다. 자기 뒷담화를 하면 자리를 피하고, 식구들이 집에 오면 현관문을 열어주며, 뭔가 할 말이 있으면 앞발로 (왼발잡이라 주로 왼발을 이용한다) 툭툭 친다. 그에 반해 토리는? 그냥 정서적인 유대감이 깊고 눈치 코치 장난 아니게 빠르다. 어딘가에 앉아있으면 슬며시 다가와 엉덩이 딱 붙이고 앉아있고, 누군가 기분이 좀 안 좋아보이면 와서 손등이라도 핥으며 위로하려고 하고, 어떻게 알았는지 엘리베이..

반려동물 2020.11.06

법대로 하는건 억울하다

"법대로 해요!" 분쟁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하는 쪽은 대부분 가해자이다. 법대로 해도 피해자가 더 이익이 되니까 할 수 있는 말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있으니 가능한 말이다. 이럴 경우 그 법이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어느 골목길에서 로트와일러가 스피츠를 물어 죽였다. 이를 말리던 스피츠 보호자도 다쳤다고 한다. 그런데 로트와일러 보호자는 당당히 말했단다. "법대로 해요." 법대로 하면 피해자는 억울하다. 시가대로 개값만 받으면 끝이기 때문이다. 우리 민법에서 동물은 물건, 형법에서는 재물이다. 따라서 개값 물어주는건 우리네 법 원칙에 부합한다. "네 개가 죽었으니 이 참에 그 값에 해당하는 새로운 개를 사렴."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피해자는 억울하기 짝이 없다. 어떤 개를 데리고 와도 내가 ..

반려동물 2020.07.30

동물학대나 아동학대나

학대 받는 개가 있다. 주인이 자기 기분에 따라 몽둥이로 개를 마구 때린다. 개는 공포스럽고 아파서 울부짖으면서도 주인이 들어오면 슬슬피하면서도 꼬리 치고 반긴다. 사실 웬만한 개는 마음만 먹으면 사람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몽둥이를 들면 주인이고 뭐고 이판사판 같이 죽자고 덤비면 되는데, 유감스럽게도 그런 개들은 거의 없다. 이미 맞는 데에 너무 길들여져서 오히려 그런 폭력적인 주인에게 더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기까지 한다. 개는 자신이 사는 방법이 그거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담장 밖의 세상을, 다른 집 개의 삶을 알 리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아동 폭력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부모에게 맞으면서도 부모와 분리되는 것을 불안해하고 더 나아가 부모를 용서해 달라고 하는 아동들이 많다. 누군가..

반려동물 2020.06.29

'제대로' 키우기는 힘들다

자녀에 대한 애정이 있다고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개를 좋아한다고 좋은 반려인, 좋은 가족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애정은 필요조건일뿐, 충분조건은 될 수 없다. 최근 KBS 프로그램에 보더콜리의 훈육을 의뢰했던 가족이 많은 시청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나 보다.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사람을, 혹은 개를 제대로 키운다는 게 뭘까 생각해 본다. 둘 사이에는 묘하게 교집합이 있다. 부모들 중에는 어린 자녀가 문제 행동을 하면 근본적인 원인을 알아보려고 하기보다는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나 가치를 자녀에게 주입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윽박지르거나 폭력을 쓰기도 한다. '이 아이는 어떤 기질과 특성을 가지고 있는가', '어떻게 교육해야 이 아이가 사회 생활을 잘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해..

반려동물 2020.06.26

개나 사람이나 키우기 나름이다

자식에 대한 애정이 있다고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개를 좋아한다고 좋은 반려인이 되는 것이 아니다. 주인이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생명을 온전히 사적 소유물로 여기는 것에는 불편함이 있다. 지나치게 인간중심적인데다가 매우 거만한 표현이라고 생각되기 떄문이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 자식의 의식주를 해결해 주고 학교 보내주면 제대로 부모 노릇한다고 여겼던 때가 있었다. 체벌은 교육이라고 여겼다. 개 집 하나 만들어주고 거기에 기둥 박아서 쇠줄로 묶어 놓고, 밥만 주면 개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한다고 여겼던 때가 있었다. 개는 몽둥이로 다스려야 한다고 믿었던 시절이 그리 멀지 않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는 생명이, 동물이, 인간이 그렇게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어린 아이..

반려동물 2020.06.24

개는 읽으라고 펼쳐 놓은 책과 같다

며칠 전 팔순의 아버지와 해리와 토리 데리고 동네 뒷산을 산책하는데, 늘 앞서서 씩씩하게 우리를 리드하는 해리가 자꾸 뒤를 보면서 천천히 가는거다. 평소의 해리 모습과 달랐다. "해리야, 뒤에 뭐 있어? 너 오늘따라 이상하다. 어디 아퍼?" 대답이 없을 줄 알면서도 해리에게 물었다. (자꾸 말을 시키면 알아듣진 못해도 말을 많이 알아듣게 된다.) 어디 아픈 것 같지는 않은데 얘가 왜 이러지... 그러면서 산을 내려왔다. 거의 산을 내려왔을 때 아버지가 말했다. "오늘 따라 기운이 없어서 혼났다. 산 중턱에서 갑자기 기운이 쭉 빠져서 주저 앉고 싶은데 간신히 내려 왔다." 나는 몰랐다. 그냥 연로하신 아버지가 오늘따라 조금 더 천천히 내려오시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해리는 알았던 거다. 그리고 몸짓으로 ..

반려동물 2020.05.22

해리야, 공부하지 마, 고달프기만 해.

우리집 반려견 해리는 행운아이다. 푸들아빠와 래브라도(이지만 백구의 피도 조금 보이는)엄마 사이에서 태어났고 - 소형견 수컷과 대형견 암컷 사이에서 태어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단다. - 유기견 출신이지만 그래도 인간 가족 만나서 사랑을 받으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녀석이 머리가 참 좋다. 어릴 때부터 손잡이 내려가며 문 열어서 방에 드나들고, 자기 장난감을 잘 찾아오고, 원반 던져주면 신나서 공중 점프하며 받아 내고, 바구니 물고 다니게 하면 신나서 잘 물고 다니는게 재밌고 신기했다. 기본적으로 좋은 학습 머리를 타고 났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안다고나 할까, 눈치도 빨라서 분위기 파악도 매우 잘 한다. 그에 비하면 우리 토리는... 정서적 지능은 좀 높은데 공부 머리는 영 별로이다. 해리의 ..

반려동물 2020.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