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시간 전에 퇴근하는 직원이 있다고 저에게 왜 가만히 있냐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근무 시간을 지켜 주십시오. 주변 사람들이 무관심한거 같아도 다 보고 저에게 이야기가 들어옵니다."
나는 그런 화법을 구사하는 관리자가 싫다. 관리자는 '누군가 내게 고자질을 해서 알게 됐다, 나는 사실 모른척 넘어가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나름대로 직원을 생각하는 것 같지만 그런 말로 이해하는 직원들은 없다. 직원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자기가 할 말을 왜 다른 사람을 핑계대면서 하지? 가서 말한 사람은 뭐가 되겠어? 정말 그런 말을 한 사람이 있을까?'
관리자의 그런 화법은 스스로 무능함을 밝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말은 사무실의 분위기를 나쁘게 만든다. 정말일까, 진짜일까, 누굴까 묘하게 긴장을 조성하며, 직원 상호 간에 불신을 조장한다. 관리자가 그런 의도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좋은 관리자가 아니다.
그런데 저런 식의 화법을 구사하는 관리자들이 우리 주변에는 꽤 많다. 원칙이 6시 퇴근이면 6시에 퇴근하라고 하고, 그 전에 퇴근할 일이 있으면 이야기하라고 하고, 그렇게 하지 않은 직원이 있으면 그를 불러 훈계를 하거나 규정대로 처리하면 된다.
정치가들도 그렇다. 정치적 쟁점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교묘하게 편가르기 싸움을 시킨다. 갈등을 봉합하는게 아니라 갈등을 조장 양산한다. 그리고 싸움 구경하며 자신의 의도대로 여론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한다. 생색은 내고 싶고, 책임은 지기 싫을 때에 쓰는 방법이다.
"의사들이 양보를 안 한다." "교사들이 철밥통이라 태만하다." "임대인들이 폭리를 취한다." "검사들이 정치한다." "업주들이 최저 임금 인상에 반대한다." 설령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을 여론화하여 대립구도로 만드는 것은 하급 정치이다. 그것이 사실이면 법과 원칙 대로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합의가 안 된다고 말하면서 특정 직업군 혹은 특정 집단에 대하여 적개심을 갖게 만드는 것은 결코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정책을 만들려는 의도이다. 정작 자신은 쏙 빠진다. 그리고 착각한다. 민주적이라고... 무능한걸 민주적이라고 여기는 무지함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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