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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관대한 사회

요즘 한강변의 의대생 익사 사건이 화제이다. 친구와 둘이 새벽까지 술을 마시다가 실종됐는데 1주일 후 강에서 사체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함께 술을 마신 친구는 살인범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상식적으로 봤을 때 뭔가 석연치 않은 행동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죽였든, 죽었든 술이 그 사망 사고에 가장 큰 원인 요소가 아닌가 싶다. 그런 이유로 소위 선진국이라는 몇몇 국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술을 일정 수준 규제하고 있음에도 술 소비량이 최고 수준인 우리는 이를 제재할 생각이 별로 없어 보인다. 왜 그럴까?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한다. 첫째, 여전히 남성 중심 사회이기 때문이다. 역으로 생각해 본다. 주취로 인한 사건의 가해자가 주로 여성이었다면 아마 오래 전에 술은 금지되었으리라. 하지만 대부분의 주취 ..

세상보기 2021.05.14

우리가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걸까?

중간고사 기간이다. 내신 성적이 대학 입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보니 학생들은 극도로 예민해진다. 그래서 별별 민원이 다 발생한다. 맨 뒤에 앉은 학생은 다른 학생들보다 몇 초 늦게 시험지와 답안지를 받았다며 민원을 내고, 지각생을 입실시키는 바람에 신경 쓰여서 시험을 못 봤다는 민원을 내고, 감독 교사가 앞에서 움직여서 시험을 못 봤다는 민원에, 옆 친구가 기침을 했다, 운동장에서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심지어 나는 구겨진 시험지를 받았다는 것조차 민원꺼리가 된다. 신경 쓰여서 더 잘 볼 수도 있었던 시험을 망쳤다고 하며 정신승리를 하고 싶어하는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정말이지 생활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소한 현상까지도 자신의 유불리를 따져서 확대 해석하며 책임을 전가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을 보면 우리 ..

교무수첩 2021.04.30

차별, 하는 사람은 잘 모른다.

대부분의 사회적 차별은 하는 사람은 잘 모르는데, 당하는 사람은 안다. 아니 차별이 더 심한 사회에서는 차별 당하는 사람도 모른다. 신분제 사회에서는 천민들조차 누군가 반란을 일으키면 자신을 양반과 동일시했지, 천민과 동일시하지 않았다. 차별 이데올로기는 어떤 정치적 이데올로기보다 공고하다. 여성으로 살아본 사람은 안다. 여전히 많은 부문에서 여성이 차별받고 있다는 것을. 민주주의가 발달했다고 하지만 지금도 차별을 정당화하는 사회의 이데올로기는 살아 숨쉰다. 그래서 정작 차별받는 여성 조차도 자신이 차별받았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여성이 차별받고 있다는 것을 아는 남성은 정말 희귀한 존재로 높이 평가받을만하다.) 왜 필기 시험 비중이 낮은 시험에서는 남자들만 합격할까? 교사나 공무원 시험의 ..

세상보기 2021.04.30

골은 너희들이 넣은게 아니야

서울과 부산의 보궐선거에서 승리했다고 ‘자신들이 옳다’는 결론으로 귀결시킨 국민의 힘을 보고 있자니 모자라도 이렇게 모자랄 수 있나 싶다. 말해 주고 싶다. “얘들아, 너희들이 잘나서가 아니라 쟤들이 못나게 굴어서, 쟤들 좀 혼내 주려고 너희들 편 들어준거야. 정신들 차려!” 더불어 민주당은 문재인을 앞세워 180석 얻었다고 일당 독재를 하며 내로남불의 극치를 보였을 뿐만 아니라 경제든, 교육이든, 외교든 뭐 하나 이렇다 할 만하게 공적을 세운게 없다. 그에 비해 과는 많다. 당장 우리의 생활과 직결된 부동산 시장과 코로나 방역을 너덜너덜하게 만들었다. 남의 나라는 백신 맞는다는데 우린 아직 백신 구경도 못 하고 있고, 남들은 화이자 맞는다는데 우리는 화이자 맞을 수 없을 거 같다. 세금 열심히 내고 성..

세상보기 2021.04.29

좋은 이유와 싫은 이유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 데에는 이유가 없지만, 싫어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대부분 그렇다. 내가 쟤를 왜 좋아하지? 잘 생겨서? 잘 생긴 사람이 하나 둘인가? 똑똑해서? 그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은 똑똑한걸 재수없어 하기도 하니까... 그저 개인의 취향일 뿐이다. 그런 취향이 왜 생겼냐고? 모른다. 그런데 내가 쟤를 왜 싫어하지 생각하면 대부분은 이유가 떠오른다. 지나치게 말이 많다, 말과 행동이 거칠다, 말과 행동이 다르다, 가식적이다, 유치하다, 기타 등등. 연예인의 경우에는 외모가 될 수도 있지만, 동료의 경우에는 인간성과 관련된 것들이 많다. 정말 그런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이니까 싫어하는거다. 어쨌든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좋아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만 가지고 있으..

교무수첩 2021.03.25

시대착오적인 경제교육

오래간만에 경제를 가르치고 있다. 내 머리는 경제학에 구조화가 안 돼 있다는걸 절감하고 있다. 희소성과 합리적 선택에서부터 계속 왜 우리가 이렇게 가르쳐야 하는지 의문이다. (교과서를 만든 사람도 이럴진데 일방적으로 학교에서 이를 받아들여 가르쳐야 하는 교사들은 더 하지 않을까?)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나 이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인간의 욕망을 절제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고 가르치고 싶고, 기회비용은 인간의 시간적 공간적 유한성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므로 비용에는 수량화하기 힘든 '가치'가 들어가므로 그 가치를 비용으로 환원하는게 중요한 게 아니라 비용을 장기적인 가치로 환원시키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싶어진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경제 교육같다. 그런데 교육과정이 그렇게 돼 있지..

교무수첩 2021.03.25

야간 자율 학습과 성적의 관계

한동안 코로나 때문에 야간 자율 학습을 못 하다가 최근 학교 재량에 맡긴다는 교육청 공문이 왔나보다. 못 한다고 해도 시킬 판인데, 재량이라니 입시를 중시하는 사립학교에서는 안 할 이유가 없다. 우리 학교에서도 ‘당연히’ 야간 자율학습을 시작하게 됐다. 그런데 20명 중에서 3명은 11시까지, 9명은 10시까지 하는 야간 자율 학습을 하고 싶다고 신청했다.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인원이었다. 한 반에 35명씩일 때에도 많아야 10명 남짓이었다. 1학년은 다 이런가 싶어서 다른 반을 봤더니 정말 성적이 낮은 반은 신청자가 10명이 넘는데, 성적이 좋은 반은 서 너 명 정도였다. “성적은 야간 자율 학습 신청률과 반비례한다.”고 어느 동료 교사의 말에 빵 터졌다. 우연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현재 학급의 평균 ..

교무수첩 2021.03.18

결혼이 뭐길래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이른바 명문대생들끼리 소통하고 만나는 온라인 매칭 서비스가 출시되었다고 한다. 서울대 졸업생들끼리 만날 수 있는 앱도 개발되었다는 뉴스를 보고 있자니 여러 가지 생각이 난다. 나도 결혼하기 전에 배우자를 고르는 데 가장 중시했던 조건이 '학벌'이었다. 학벌을 우선 순위에 둔 이유는 단순했다. 학교 다닐 때 공부 못했던 사람이 싫었기 때문이다. 당시 나의 생각엔 좋은 대학에 가지 못했다는 것은 공부를 못했다는 것이고, 공부를 못했다는 것은 둘 중 하나였다. 머리가 나쁘거나 불성실하거나. (물론 나중에 교사 생활을 하면서 공부를 못 하는 데에는 매우 다양한 이유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 하지만 그 때에도 이미 좋은 배우자의 조건을 터특한 친구가 있었다. 겨우 대학교 1학년..

세상보기 2021.02.28

대중문화 신동들

'홍시 맛이 나서 홍시 맛이 난다고 하였는데, 어찌 홍시 맛을 알았느냐고 물으시면...(뭐라고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다).' 드라마 대장금에서 절대미각을 가진 어린 장금은 아무도 모르는 홍시 맛을 혼자서 잡아내고, 어찌 홍시 맛을 알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요즘 트롯 신동들이 화제인가보다. 10살 남짓의 아이들이 아이돌 음악도 아닌, 성인 가요 특유의 한과 아픔을 그려내는 모습이 신기하기까지 하다. 어떻게 저런 정서를 가지고 있을까, 어떻게 감정을 저렇게 표현할까 의아하지만 그 아이들에게 물어봐도 똑같이 대답할거다. '슬프게 불러야 할 거 같아서 슬프게 불렀는데, 슬픈 감정이 뭐냐고 물으시면....(뭐라고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다.)' 아이들이라고 어른들 흉내만 내는 것은 아니다. 경험이 없어도,..

세상보기 2021.02.26

학교 폭력 미투

''나도 당했다." 인권에 대한 인지 능력이 높아지고, 감수성이 커졌다. 게다가 인터넷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면서 누구라도 기사를 터뜨릴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과거가 현재만 지배하는게 아니라 미래까지 결정할 수 있게 돼 버렸다. 지금 잘 나가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이 과거의 학교폭력으로 타격을 받고 있지 않은가? 모든 학교 폭력 미투가 사실은 아닐 수 있지만, 일회성으로 끝난 폭력이 아니라 지속적이었고, 구체적인 다양한 사례들이 열거되었다면 사실일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피해자들 입장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약자를 대상으로 폭력을 행사했던 인간들이 현재 부와 명예와 인기를 얻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할거다. 물론 그 폭력에 대해 가해자가 반성하고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했으며 나름대로 개과천선의 과정이 있..

세상보기 2021.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