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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무실 환경 개선 예산

교육부에도 써야 할 돈이 많은가보다. 교무실 환경 개선 사업에 사용하라는 예산이 3억 6천만원 책정됐단다. 교무실 바꿔주겠다는데 하나도 기쁘지 않다. 솔직히 말하면 귀찮고 번거롭다. 이유는 교무실 환경 개선이 마치 멀쩡한 보도 블록 깨 부수고 다시 까는 일처럼 무의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 교무실은 정말 환경 개선 사업이 절실히 필요한 곳이다. 60명이 한 교무실에 근무하고 있다. 교장 제외한 교사 수가 총 73명인데, 교무실은 달랑 두 개다. 3학년 교무실에서 근무하는 교사 13명만 제외하면 한 교무실에 60명이 앉아 있다. 3학년 교무실도 분리 독립한 지 몇 년 되지 않았다. 60명이나 한 공간에 앉아 있으니 번잡하고 시끄러울 때가 많다. 근무자 수가 많고, 거기에 학생들까지 수시로 내려오..

교무수첩 2022.02.23

1학년 학생들을 올려 보내며

2006년에 1학년 담임을 하고, 2021년에 1학년 담임을 했으니 15년만이었나보다. 그런데 1학년 담임이 훨씬 좋았다. 줌수업이나 20명밖에 안 되는 정원때문만은 아니었다.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 매사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며 순진한 1학년들만의 정서때문이다. 인생 다 산 것 같은 표정으로 물먹은 화장지처럼 늘어져 있는 3학년과 달랐고, 요리조리 머리 굴리며 자기에게 유리한 것만 선택하려는 2학년과도 달랐다. 열심히 공부하면 서울대 갈 수 있다는 - 비현실적인 - 꿈과 희망을 가지고 있는 1학년의 대책없는 낙천성과 순수함은 현실주의에 찌든 나를 정화시켰다고나 할까? 늘 꼴찌를 하면서도 "선생님, 이번엔 1등할게요. 걱정마세요." 이러는 학생들이 참 이뻤다. "얘들아, 내가 언제 1등 하랬니? 공부는 남과..

교무수첩 2022.02.17

우리 학교에서 담임이 힘든 이유

각급 학교마다 담임 기피 현상으로 골머리를 앓는다. 그래서 어느 학교는 담임도 업무이므로 담임업무 외에 행정적 업무를 모두 배제해 주기도 하고, 담임을 몇 년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하기도 하고 나름대로 원칙을 만들어 시행한다. 하지만 담임업무가 힘들다는 것을 알고 그에 맞게 대우해 주는 학교보다 그렇지 않은 학교들이 더 많다. 우리 학교가 그렇다. 우리 학교의 관리자는 에둘러 말했다. "억울하면 출세하라'" 담임과 비담임을 모두 해 본 사람으로써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담임이 훨씬 힘들다. 먼저 물리적 업무량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다. 다음은 모두 담임 교사만 경험하게 되는 일이다. 담임은 매일 조회와 종례를 한다. 기본적으로 하루에 20분 이상의 시간을 5일 동안 한다. 따라서 수업으로 치면 두 ..

교무수첩 2022.02.14

제비뽑기로 정합시다

권력을 가진 자는 자신의 권력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며 확장해 나가려 한다. 인간의 속성인지 권력의 속성인지는 모르겠다. 이 좁은 학교도 조직이라고, 그 안에서 권력과 이권을 둘러싸고 갈등이 심해지는 때가 2월이다. 수업 시수와 업무 분장이 2월에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1년의 삶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권력을 갖고 있는 만큼 자신의 이익을 챙길 수 있는 때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평교사 시절에는 “부장님이 솔선을 보여서 수업 한 시간만 더 해 주시면 어때요?” 이랬던 사람도 자기가 부장이 되면 변한다. “부장이 얼마나 힘든 줄 아세요? 저는 한 시간도 더 못합니다. 12시간 원칙 지켜주세요.” 우리 학교는 교장 교감 아래에 부장 교사만 12명이다. ‘힘든 업무’를 한다는 명분 아래 성과급, 수업 시수, ..

교무수첩 2022.02.05

욕실 수리하다

욕실의 변기가 깨졌다. 언제 왜 깨졌는지도 모르겠는데 금이 가서 물이 새고 있었다. 작정하고 욕실을 살펴보니 수전도 벽에서 살짝 떨어져 덜컹 거리고, 욕조와 바닥 타일 사이의 실리콘 상태도 그렇고, 욕실장도 살짝 비틀어졌고, 조명은 위치나 조도가 마음에 안 들고.. 문제점들이 눈에 띈다. 그래서 핑계 김에 욕실을 리모델링 하기로 마음 먹었다. 친구가 욕실 리모델링만 전문으로 한다는 곳을 소개해 줬다. 자신이 그곳에서 했는데, 사장님이 바가지 씌우지 않고 꼼꼼하게 일처리 잘 해 줬다면서 상담을 받아 보란다. 아침에 사장님과 통화하니 어떤 자재로 어떻게 공사를 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덧방으로 한다고 했을 때, 대략 200-300 정도 비용이 발생한다고 하며, 방문해서 상의 후 견적을 정확히 내 줄 수 있단다..

세상보기 2022.01.26

'살처분 행위'는 '오락'이 될 수 없다

몇 년 전 '식량일기'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건강한 먹거리 문화를 내세우며, 자신이 직접 닭을 키워서 닭볶음탕을 해 먹는다는 '엽기적인'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그 계획은 실패했고, 다행스럽게도 '식량일기'는 시청률이 낮아서 자연스럽게 폐지됐다. 프로그램의 기획자는 사회 문화적 변화를 읽지 못했다. 사람들의 생명감수성이 높아져서, 동물을 먹을지언정 동물을 죽이는 것에 대해서는 죄책감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도, '죽음'을 '오락'으로 여기는 행위에 대해서 불편함을 느낀다는 것도 그들은 알지 못했다. 내가 육식을 한다고 내가 도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남이 도살한다고 해도 그것을 '즐겁게' 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인간의 생명감수성도 인권감수성과 더불어 조금씩 발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변화..

세상보기 2021.12.30

수능은 한계에 봉착했다.

수능 생명과학Ⅱ 문항 오류가 법원의 판결로 일단락됐다. 평가원의 수능 문항 검토 과정은 꽤 심도 있게 진행된다. 조금 과장하면 편집증에 걸린 사람들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여러 각도에서 주도 면밀하게 문제를 살핀다. 추측컨대 검토 과정에서 논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어할 수 있다며 자신있게 밀어붙인 출제진이 있었거나, 막판에 문항이 갑자기 수정되며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갖지 못한 것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문항 오류는 매우 큰 혼란을 유발할 수 있는 사안이긴 하지만 수능은 쉬우면 쉽다고, 어려우면 어렵다고 늘 말이 많았다. 쉽게 출제되면 변별이 안 되어 입시에서의 선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어렵게 출제되면 학교 수업만 가지고 수능에 접근할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결국 전자보다는 후자..

세상보기 2021.12.16

코로나, 폭풍같은 사흘

목요일 저녁에 연락을 받았다. “선생님, 선제 검사 차원으로 코로나 검사를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점심 먹은 A교사의 남편이 코로나 확진을 받았단다. 그래서 A교사와 함께 점심을 먹은 세 명도 코로나 검사를 받으란다. “A가 음성이면 저희들은 안 받아도 되지 않을까요?” 보건선생님은 그렇게 해도 된다고 했지만, 교감선생님은 원활한 학사 일정 진행을 위해 선제 검사 받기를 원했다. 그 입장이 이해가 돼서 알겠다고 했다. 결국 나도 코로나 검사를 받게 됐지만 요즈음의 코로나 확산 속도를 보면 결국 시차의 문제일뿐 누구나 검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거라는 예상은 됐다. 하루에 7천명이 넘는다면 언제 어디에나 코로나 바이러스가 있다고 봐도 무방할 거 같았다. 확진자의 가족, 그 가족의 친구, 그 친..

카테고리 없음 2021.12.14

교무실 환경 개선 예산

요즘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남아도는 돈을 주체 못해서 마구 써 댄다는 기사를 봤는데 정말인가보다. 우리 학교에서도 갑자기 교무실 환경 개선 예산 3억 6천만원이 배정되었다며 교무실 책상을 바꿔주겠단다. 새걸 사준다는데도 별로 기쁘지 않다. 아직 충분히 쓸만할 뿐더러 교무실 환경 개선을 하려면 더 급한 것은 책상이 아니라 교무실 공간 확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동료들과 이야기해 보니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른 학교에서 근무하는 지인 교사가 우리 학교에 와 보고 이렇게 말했다. "와, 교무실이 아니라 무슨 공장같아요." 우리 학교 교무실은 마치 공장처럼 60여명이 한 공간에서 근무한다. 부품을 모아서 하나의 제품을 만들어야 할 경우라면 한 공간이 효율적일 수 있겠지만, 학교 교무실은 학생의 상담과..

교무수첩 2021.12.02

대학 입시 지원 일정을 수능 이후로!

5년 전 고3 담임을 할 때의 일이다. 수능을 치른 날 밤에 학생에게 전화가 왔다. 수능을 못 봐서 최저를 못 맞췄다며 예정된 논술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묻는 전화일 것이라고 예상하며 전화를 받았다. “선생님 어떡해요. 저 수능을 너무 잘 봤어요. 몇 개 안 틀렸어요. 그런데 논술이 다 걸려 있어서...” 정말 외골수로 공부만 하는 학생이었다. 내신보다 모의고사 성적이 좋았고, 평소 모의고사를 보면 1, 2등급을 왔다 갔다 했다. 4등급을 받은 적도 한 번 있어서 수시에서 안전 장치를 위해 서울의 중위권 대학에도 논술을 하나 걸어뒀다. 그 논술은 수능 전에 보는 논술이라 최저만 맞추면 합격되는 것이었다. 학생은 정시로 서울대에 갈 수 있는 점수를 받았는데, 서울의 중위권 대학에 수시로 ‘납치’되야 하는 상..

카테고리 없음 2021.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