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우리 학교에서 담임이 힘든 이유

사회선생 2022. 2. 14. 21:12

각급 학교마다 담임 기피 현상으로 골머리를 앓는다. 그래서 어느 학교는 담임도 업무이므로 담임업무 외에 행정적 업무를 모두 배제해 주기도 하고, 담임을 몇 년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하기도 하고 나름대로 원칙을 만들어 시행한다. 하지만 담임업무가 힘들다는 것을 알고 그에 맞게 대우해 주는 학교보다 그렇지 않은 학교들이 더 많다. 우리 학교가 그렇다. 우리 학교의 관리자는 에둘러 말했다.  "억울하면 출세하라'"

 

담임과 비담임을 모두 해 본 사람으로써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담임이 훨씬 힘들다. 먼저 물리적 업무량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다. 다음은 모두 담임 교사만 경험하게 되는 일이다. 

 

담임은 매일 조회와 종례를 한다. 기본적으로 하루에 20분 이상의 시간을 5일 동안 한다. 따라서 수업으로 치면 두 시간을 더 하는 셈이다. 그리고 창체 시간은 동아리가 있는 날이 아니면 담임 시간이다. 자율활동이나 진로활동의 대부분은 담임 시간이다. 담임은 기본 수업 시수 외에 4~5 시간을 더 한다. 

 

담임반 학생 및 학부모와 면담을 한다. 많게는 한 학기에 네 번, 적게는 한 학기에 한 번 이상은 면담을 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수시로 면담을 해야 하는 학생이 생기는데, 대부분의 경우 그렇게 신경 써야 하는 학생이 두 명 이상은 있다. 이는 시간 외 근무로 면담을 할 수밖에 없지만, 알다시피 퇴근 후 한 시간은 시간외 근무로 쳐 주지도 않는다.

 

수시로 학생과 학부모가 찾아온다. "선생님 아파요." "선생님 슬퍼요." "선생님 자리 바꿔주세요." "선생님 힘들어요." "선생님 쟤가 저를 싫어해요." "선생님 쟤 좀 다른 반에 보내주세요." 그럼 담임은 원인을 찾아 해결해 줘야 한다. 그래도 이건 낫다. 퇴근 후 집에 있는데 톡이며 전화며 울려대면... 

 

담임반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걷어야 할 가정통신문이나 확인서가 3월에만 20가지가 넘는다. 하도 많아서 작년에 세어 봤더니 20가지가 넘는다. 이런 일들이 하루에 끝나는 일이 아니다. 반드시 제 때에 내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걸 일일이 챙기는 데에는 시간과 공이 들어간다. 

 

학년말이 되면 생기부 작업을 해야 한다. 담임이 책임져야 할 생기부의 양은 매우 많다. 대학 입학에서 생기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며 생기부 업무도 많아져서 생기부 업무에 할애하는 시간이 매우 많아졌다. 방학이 되어도, 2월이 되어도 담임은 생기부 업무를 하느라 시달린다.  

 

다음은 정신적 부담감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다. 이 역시 담임 교사만 경험하게 되는 일이다. 

 

담임은 학생에 대한 책임을 진다. 권한은 없으면서 책임은 져야 한다. "학생에 대해서 정확하게, 자세하게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 주세요. 그런데 학생에게 시시콜콜 꼬치꼬치 묻지는 마세요. 사생활 침해나 인권 침해로 걸리면 담임 선생님 책임이에요." 

 

중증의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학생이 있거나,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학생이라도 발견되거나, 건강이 좋지 못해서 매 시간 신경 써야 하는 학생이라도 배정되면 정말 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 된다. 혹시라도 학생에게 문제가 발생하면 학교 내에서 일일이 살피지 못한 담임 책임이 돼 버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힘들기 때문에 모두들 담임을 하지 않으려고 하자 우리 학교에서는 이를 역으로 이용하고 있다. 억울하면 출세해서 권력을 갖고 교장과 교감의 말에 충성하라는 식이다. 부장을 12자리나 만들어 놓고, 부장을 하면 담임을 안 시키고, 수업 시수를 줄여주고, 기획을 담당할 교사를 붙여줘서 실질적으로 부장의 업무를 담당한다. 아, 주차장도 좋은 자리를 준다.

 

그냥 단순히 계로 들어갈 일을 부장을 만들어 기획까지 두며 일을 시키니 상대적으로 담임들은 담임하면서 업무까지 떠맡게 되는 양이 많다. 심지어 각 학년 부장까지 비담임에 기획을 두고 일을 한다. 어느 학교에서 학년 부장이 담임을 하지 않으면서 담임을 기획으로 두고 일을 맡길까? 말이 기획이지 개인 비서다. 결국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세 사람에게 시키다보니 부장들은 편하고, 담임들은 담임 업무 외에도 또 다른 행정적인 일을 맡아야 한다. 심지어 다른 학교에서는 영영 교사가 한다는 급식계 업무(매달 급식 인원 파악 및 예결산 보고)까지 담임 교사에게 맡기고 있다. 

 

부장 12명이 업무와 담임과 시수에서 혜택이 주어지는 만큼 담임들에게 업무와 수업 시수 부담이 들어온다. 예를 들면 우리 학교의 경우에는 선교부가 있는데 부장 아래에 부원이 다섯명이다. 그걸 묵인하는 교장 교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되지만, 그들은 가장 편하게 일하는 방법을 선택한 셈이다. 권력을 지향하지 않는 자들은 정말이지 학교 생활이 너무 힘들다. 일이 힘들다기보다 부당한 업무 분장과 부당한 대우가 힘든거다. 우리 학교에서 학교 생활 편하게 하는 방법은 둘 중 하나다. 마음대로 하는 트러블 메이커가 되거나 권력에 납작 엎드리거나. 단, 트러블 메이커는 학교를 잘리지 않을 정도의 트러블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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