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남아도는 돈을 주체 못해서 마구 써 댄다는 기사를 봤는데 정말인가보다. 우리 학교에서도 갑자기 교무실 환경 개선 예산 3억 6천만원이 배정되었다며 교무실 책상을 바꿔주겠단다. 새걸 사준다는데도 별로 기쁘지 않다. 아직 충분히 쓸만할 뿐더러 교무실 환경 개선을 하려면 더 급한 것은 책상이 아니라 교무실 공간 확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동료들과 이야기해 보니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른 학교에서 근무하는 지인 교사가 우리 학교에 와 보고 이렇게 말했다. "와, 교무실이 아니라 무슨 공장같아요." 우리 학교 교무실은 마치 공장처럼 60여명이 한 공간에서 근무한다. 부품을 모아서 하나의 제품을 만들어야 할 경우라면 한 공간이 효율적일 수 있겠지만, 학교 교무실은 학생의 상담과 교사의 연구실을 겸해야 하는 공간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큰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관리자의 입장에서는 좋을 수 있다. 한 눈에 통제, 관리하기 쉽고, 행정적 일처리를 하기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공간을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에는 관리자들도 최근에는 좀 공감하는 것 같다. 어느 학교에 가 봐도 이런 교무실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학교의 경우에는 교무실 환경 개선 예산이 들어온다면 공간 확보를 하는 것이 우선인데, 증축을 하거나 리모델링을 할 만큼의 예산은 아니라서 파티션 하나 세우고, 책상이나 바꿔준다는 식인가보다. 에산이라는 것이 해당 연도에 소진되지 않으면 다음 해의 예산 확보가 어려우니 당장 뭐라도 사서 없애야겠지만, 이런 행태를 보고 있자니 참 씁쓸하다. 추후 예산을 더 배정받아 교무실 공간 확보를 할 수 있도록 좀 유예해 주든가, 아니면 처음부터 학교의 필요에 따른 예산을 편성해 주든가 하면 더 좋을 것 같은데 말이다.
어제 우리 아파트의 누수 공사를 했다. 마치 실리콘을 칠하다 만 것 같아서 관리사무소로 내려가 시공해 놓은 사진을 보여주며 이게 제대로 된 누수 공사 맞냐고, 문외한인 내가 봐도 칠을 하다가 만 것 같다고 했다. 그러자 관리사무소장이 말하길, 예산이 많지 않아 그냥 깨진 부분만 급한 대로 메꾸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건 깨진 부분도 제대로 메꾼게 아니라고, 이렇게 한다고 물이 안 새겠냐고, 공사를 할 때 제대로 깔끔하게 해야 되지 않겠냐고 했다. 그러자 올해 예산이 없어서 그렇게 못한단다. 그럼 내년에 예산 책정 받아 제대로 공사를 해야 할 것 아니냐고 하자, 올해 누수로 배정받은 예산은 써야 하기 때문에 돈 받은 만큼 누수 공사를 한다는 식이다. 이게 무슨 코메디인가? 칠한 다음 날은 비가 왔고, 그 다음 날은 영하로 떨어져서 하나마나 한 누수 공사가 됐을거다.
교육청이나 교육부 예산도 이런 식으로 쓰이는 곳이 한 두 군데일까? 학교에서 필요한 것에, 필요한 만큼 예산을 주고, 사전 조사와 사후 감사를 잘 하면 될 거 같은데, 그게 힘든 일인가보다. 이야기 들어보니 다른 학교에서도 이런 저런 예산들을 끌어와서 써 대느라 난리인가보다.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예산떨이라도 하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여기 남는 예산 있습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아요. 빨리 가져 가는 사람이 임자! "
https://news.v.daum.net/v/20211128180302981?x_trkm=t
[단독] 교육청, 남아도는 돈 주체못해..없는 사업도 만들어 돈 뿌렸다
◆ 방만한 교육교부금 ◆ 경기도 군포시의 A중학교는 지난달 교육부가 하달한 교내 멘토링 사업에 술렁였다. 해당 사업은 학생에게 메신저로 인사만 보내도 멘토링 횟수로 인정됐다. 일정 횟수
news.v.daum.net
https://news.v.daum.net/v/20211128175708867
[단독] 학생수 줄어도 2조원 더 뿌린다..교육부의 '묻지마 교부금'
◆ 방만한 교육교부금 ◆ 서울시 노원구의 경기기계공고는 총 48학급 규모의 공립 특성화고다. 이 학교의 학교경비 단위비용(단가)은 올해 약 20억원이 책정됐다. 내년에는 32억원대로 껑충 뛴다.
news.v.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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