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994

'러브버그'라는 파리떼보다 무서운건

아무리 잘난척 하는 인간이라도 동물이나 곤충이 무리져서 다니는걸 보면 공포감이 든다. 일주일 전쯤, 테라스의 하얀 벽에 처음보는 이상한 벌레떼가 까맣게 붙어 있는걸 보고 식겁했다. 이게 뭐지? 궁금해서 사진을 찍어 아파트 주민 게시판에 올렸더니 검정날개버섯파리라는 파리 종류란다. 다른 집도 사정이 우리 집과 비슷한거 같았다. 사전을 찾아봤더니 습하면 생기는 외래종이이고 햇볕 나고 건조해지면 사라지는 익충이라고 해서 장마철이라 갑자기 많아졌나보다 곧 없어지겠지 그랬다. 하지만 개체수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집 안에도 들어와서 천장에 까맣게 붙어 있고, 문틈에는 살다가 제 명 다 해서 죽었는지, 내가 집안으로 들어올 때마다 뿌려댄 스프레이 모기약 때문에 죽었는지 모를 벌레 사체들이 가득했다. 잠깐 테라..

세상보기 2022.07.04

가르치는 맛

"에어컨 꺼. 더우면 일단 두르고 있는 담요 치우고, 긴팔 겉옷 벗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우면 그 때 에어컨 켜." 요즘 교실 들어가자 마자 하는 말이다. 아직 30도가 넘는 기온이 아닌데, 교실에 들어가보면 긴팔 겉옷을 입고, 창문은 다 열어 놓은 채 에어컨을 켜 놓고 있다. 코로나때문에 창문이야 그렇다쳐도 긴팔 옷과 담요로 중무장을 하고 에어컨을 켜 놓는 심리는 뭘까? 진짜 궁금해서 물어봤다. 벗기 귀찮단다. 더 쾌적한 느낌이 들어서 좋단다. '사회적 비용'을 생각하지 않고 '개인의 편리'만 취하는 것 요즘의 세태가 교실이라고 다를까. 아무리 수업 시간에 '외부불경제'에 대해서 배워도 학생들의 생각과 태도와 행동까진 바꿀 수 없나보다. 우리네 교육이 갖는 한계이다. 지식은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을 바..

교무수첩 2022.06.24

인간의 동물 착취(퍼온 기사)

투견에 경주마까지..인간 흥미 위한 동물학대 언제까지[안녕? 애니멀] (daum.net) 투견에 경주마까지..인간 흥미 위한 동물학대 언제까지[안녕? 애니멀] [아시아경제 김정완 기자] 한 투견 훈련장에서 목줄에 묶인 개가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등 학대 현장이 발각돼 논란이 이어진 가운데 인간의 흥미를 위한 동물학대에 대한 대책이 촉구된다. 투 news.v.daum.net 동물 착취를 당연하다고 여기는 인식의 근거는 뭘까? 신분제 사회에서 노예 착취를 당연하다고 여겼던 인식과 뭐가 다를까? 인간은 안 되지만 동물은 된다고? 왜? 동물도 감정이 있고, 고통을 느끼며, 심지어 인간과 교감까지 가능한 존재인데.... 인간의 무지함은 폭력으로 이어진다. 무지함을 일깨워주는 것은 교육이고, 그 무지함이 사회적 폐..

환경과 생명 2022.06.09

야간 자율학습 감독을 하며

교사들이 돌아가면서 야간 자율학습 감독을 한다. 저녁 6시 20분부터 10시까지 감독을 하다가 재작년부터 9시까지 교사가 감독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실제로 4시부터 시간 외 근무인데 - 실질적 출근은 7시 30분까지이고, 형식적 출근은 8시이다. - 10시까지 근무하면 실제로 6시간의 시간 외 근무를 하게 된다. 그런데 법적으로 최대 인정해 줄 수 있는 시간 외 근무 시간은 4시간이다. 4시간 인정해 주면서 6시간 근무시키는건 부당하다고 수 년 간 요구해서 최근에야 9시까지로 바뀌었다. 그걸 바꾸는 데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학교도 돈 쓰기 싫어서 원칙대로 적용해 주려고 하지 않는데, 사기업에서 하위직 근로자들이 시간 외 근무 수당을 제대로 챙겨 받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참 슬픈 일이다. 어쨌든 코..

교무수첩 2022.05.30

서울대공원의 침팬지 반출

‘야성의 엘자(born free)’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정확한 기억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머리 속에 남아 있는 기억은 다음과 같다. 어느 부부가 아프리카 초원에서 어미를 잃은 새끼 사자 한 마리를 집에 데려와 ‘엘자’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돌본다. 엘자는 인간의 품에서 마치 반려동물처럼 성장하지만, 사자를 반려동물로 키울 수는 없었다. 부부는 엘자를 동물원에 보내려고 백방으로 알아보지만 철창 안에서 생기 잃은 눈빛으로 죽을 날만 기다리는 것같은 동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들이 사랑하는 엘자를 차마 그 곳에 보낼 수 없었다. 부부는 엘자를 야생으로 돌려 보내기로 결심하고, 혹독한 자연 적응 훈련을 시작한다. 생사의 고비 끝에 엘자는 야생으로 돌아가 사자 무리에 합류하는데 성공한다. 오랜 시간이 흘러 엘자를 ..

환경과 생명 2022.05.18

개똥 치우라는 글에 댓글이 많은 이유

아파트 주민들 카페 게시판에 댓글이 많이 달리는 글들을 보면 정치글(정권에 대한 지지글 아니면 반대글) 아니면 개똥 치우라는 글이다. 너무 달라 보이는 두 종류의 글에 댓글이 많이 달리는 이유가 뭘까? 개똥 치우라는 글도 그 근본에는 혐오주의라는 아주 민감한 정치성이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개똥 치우라느나 글과 그 댓글들을 보면 단순히 개똥을 치우라는 당부의 글이라기보다 평소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개에 대한 혐오감, 개를 키우는 사람에 대한 적대감을 가진 사람들이 떼로 모여 매우 과격하고 과장된 언어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평소에 개에 대한 공포감도 있고, 그래서 개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이 꼴 보기 싫었는데, 동네 길에서 발견한 개똥이 도화선이 되어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

반려동물 2022.05.07

오락(娛樂)과 음악(音樂)

흔히 오락이라고 했던 컴퓨터 게임에 몰입했던 적이 딱 한 번 있다. 대학생 때였다. 어쩌다가 컴퓨터로 테트리스를 접했는데, 평면에서 도형들이 딱딱 맞아 떨어지며 전자음과 함께 사라지는 데에서 일종의 쾌감이 느껴졌나보다. 쾌감은 시간을 왜곡시켜서 반나절을 한 시간의 속도로 지나가게 해 줬다. 그렇게 매일 컴퓨터 앞에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테트리스를 하던 어느 날, 처음으로 삐에로가 등장했다. 게임 레벨이 올라가는걸 축하(?)해 주는 삐에로였다. 그 때 나는 요즘 말로 현타가 왔다. 삐에로가 나에게 '메롱메롱'하는 것 같았다. '아, 내가 테트리스를 하는게 아니라 테트리스가 나를 가지고 놀았구나.' 어차피 이길 수 없는 게임이며, 이겨도 무의미한 게임 따위에 빠져 지냈다는 것을 깨닫고, 그 날 이후 더 ..

세상보기 2022.04.29

시험이 뭐길래

"선생님, 쟤는 무선 이어폰을 가방에 넣고 시험봤어요. 그거 부정행위잖아요." 중간고사 때의 일이다. 모든 무선 기기는 제출하고 시험을 봐야 한다. 그런데 A는 핸드폰은 제출하면서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제출하는 걸 깜빡했다. 시험 시작종이 울리자 그제서야 자신의 귀에 꽂힌 이어폰을 발견했고, 부랴부랴 그걸 빼서 자신의 가방에 넣고 시험을 봤다. 옆에 앉은 B는 무선 기기를 소지한 채 시험 보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A에게 ‘선생님에게 제출하고 시험 봐야 돼.’라고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 시험이 끝난 후에 교무실로 내려와서 담임 교사에게 말했다. 부정행위니까 처벌해 달라고. A와 B는 모두 공부를 제법 하는 학생들이었다. "우리 아이는 맨 뒤에 앉아있어요. 앞에 앉은 아이들보다 시험지를 늦게 받..

교무수첩 2022.04.25

정호영으로 말아 먹지 않으려면

조국이 맛이 갔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저질렀던 부도덕한 관행을 당연시 여겼고, 불법까지 자행했기 때문이다. 부도적이야 차치하더라도 크든 작든 불법은 불법인데, 그는 사회적 지도자로서 자신의 불법을 인정하고 반성하지 않았다. 계속 자신은 죄가 없다고 하면서 마치 정치 탄압이라도 받는 열사처럼 피해자 코스프레를 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자신을 단죄하려는 검찰이 문제라며 자신의 인기를 이용해 검찰에 손가락을 돌려 검찰개혁을 해야 한다는 여론몰이를 시작했다. 그 때부터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우왕좌왕하며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또 검찰개혁의 의도가 불순하기 때문에 이 역시 수용하기 힘들다. 정치 검찰? 그래, 그렇다고 쳐 보자. 지저분한 정치 검찰이 하나 나왔다고 해서 검..

세상보기 2022.04.18

한동훈을 둘러싼 싸움 구경

남의 싸움 구경 재밌어 하는 성격이 아닌데, 요즘 정치판의 싸움은 아주 박진감이 넘치는 드라마같다. 너무 극적이기 때문이다. 윤석렬 대통령 당선자가 한동훈 검사를 법무부 장관 후보로 올린걸 보고 든 생각. "와, 이 싸움 볼만하겠는데. 청문회도 재밌겠다. 꼭 봐야지." 속으로 생각만 했었다. '한동훈을 검찰총장이나 법무부 장관으로 올리면 재밌겠는데.' 지금 윤석렬후보는 한동훈을 임명하겠다며 민주당에 한 방 날렸고, 열받은 민주당에서는 한동훈 저지에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섰다. 아마 조국 이상으로 털어보겠다고 사돈의 팔촌의 집에 사는 강아지까지 훑어보고 있을게다. 그런데 난 이 싸움에서 왜 민주당이 질 거 같은 생각이 들지? 아직도 조국을 지키지 못해 가슴 아프다는 덜떨어진 민주당 국회의원을 보고 있자니 조..

세상보기 2022.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