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이 맛이 갔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저질렀던 부도덕한 관행을 당연시 여겼고, 불법까지 자행했기 때문이다. 부도적이야 차치하더라도 크든 작든 불법은 불법인데, 그는 사회적 지도자로서 자신의 불법을 인정하고 반성하지 않았다. 계속 자신은 죄가 없다고 하면서 마치 정치 탄압이라도 받는 열사처럼 피해자 코스프레를 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자신을 단죄하려는 검찰이 문제라며 자신의 인기를 이용해 검찰에 손가락을 돌려 검찰개혁을 해야 한다는 여론몰이를 시작했다. 그 때부터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우왕좌왕하며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또 검찰개혁의 의도가 불순하기 때문에 이 역시 수용하기 힘들다. 정치 검찰? 그래, 그렇다고 쳐 보자. 지저분한 정치 검찰이 하나 나왔다고 해서 검찰의 권력을 모두 빼앗아 버리겠다는 논리가 납득이 되는가?
당시 검찰의 수장으로 조국에게 찍혀서 데스노트의 맨 위에 이름이 올라갔던 윤석렬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횡포에 극렬히 저항하며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정치적 인물이 돼 버렸고,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그런데 윤석렬이 또 문재인 같은 짓을 하려고 한다. 자신의 절친이라는 정호영이라는 인물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앉히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의 자녀들은 조국과 매우 유사한 방식으로 의대에 편입했다. 면접에서 만점을 받으며 우수한 성적으로. 정호영은 '불법이 아니다, 자신은 개입하지 않았다, 원칙대로 편입했다'고 조국이 그랬던 것처럼 말한다. 물론 그랬을거다. 대학병원장쯤 되는 사람이 그 의대에 편입하겠다는 자식들을 잘 봐 달라고 자신의 친구 혹은 제자에게 청탁할 리는 없지 않은가? 조국은 청탁했을까? 그 정도 권력이 되면 대부분은 알아서 긴다. 같이 근무하고 있는 동료들이 제자들이 친구 자식을, 은사님 자식을 떨어뜨릴까? 그냥 한 마디면 끝난다. "얘가 원장님 아들이래."
조국이나 조국의 자녀들을 봐 줬던 교수들은 서로 품앗이를 했을거다. 암묵적으로 내가 네 자식들 신경 써 줄테니 나중에 너도 내 자식들 신경 써 줘. 이런 식의. 그들 사이에 모양 빠지게 청탁을 했을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전국민이 다 아는 인플루언서 서울대 교수인 조국이 자신의 친구나 후배들에게 '내 딸 좀 잘 부탁해.'라고 했을리는 없다. 그 정도 권력이 있으면 다 알아서 신경 써 주기 때문이다. 조국의 문제는 그런 교류와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는 데에 있다. 불법은 아니니까. 정호영은 뭐가 다를까? 만일 정호영은 다르다고 하면 윤석렬 정부는 시작부터 흔들리기 시작할거다.
내가 사장으로 있는 회사에 내 아들이 입사 원서를 냈다고 해 보자. 입사 원서와 자기 소개서에는 회사 사장이 자신의 아버지라고 돼 있다. 그가 떨어질까? 내가 굳이 청탁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진짜 권력은 청탁같은 모양 빠지는 짓 하지 않는다. 알아서 기기 때문이다. 아마 부하 직원들이 모두 만점을 주며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아유, 어쩜 아드님이 그렇게 훌륭하세요?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입사했어요." 권력 아래에서 살아 남는 방식이다. 병원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의대는 지금 들어가기 힘들어서 군대 만큼이나 민감한 국민적 문제가 돼 버렸다. 의대 입시 비리는 국민적 정서에서 도저히 용서하기 힘든 일이다.
민주당이 조국으로 망한 것을 윤석렬이 기억해야 하는데, 자꾸 헛소리 하는 것 같다. 그러나가 국민의 힘도 끝장날 수 있다는 것을 벌써 권력에 취해서 모르는건가, 머리가 나쁜건가? 부디 정호영은 사퇴시키길!
p.s. 한동훈과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 한동훈은 부도덕이나 불법이 아니라 정치적 타겟이 되고 있을 뿐이다. 민주당이 추진하고자 하는 검수완박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하지만 정호영은 불법, 부도적의 상징이 되어 공격받는다. 전자를 막는 것은 정치적 신념의 문제이지만 후자를 막는것은 권력의 횡포이며 내로남불의 전형에 불과하다. 제발 윤석렬 정부가 시작부터 권력에 취해서 맛이 가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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