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박원순 서울 시장의 성추행 사건 이후에 알았다. 서울 시장 집무실에 침실이 붙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지자체장의 공관으로도 모자라 사무실에 침실까지 둔 곳이 이 곳만이 아니라는 것을. 잠자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일하기 위해 침실을 만들었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개인 기업의 오너가 자기 돈으로 자기 사무실에 침실까지 만들어 놓고 근무해도 욕 먹을 판인데, 세금으로 침실까지 두고 근무를 한다니 이해하기 힘들다. 직원들이 야근으로 힘들어하면 침실 만들어줄건가? "내가 너희와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마."
권력의 세계에 대해 모르기 때문인지 난 공관이란 것도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백번 양보해서 지방에 거주하는 인사가 총리가 되어 서울에서 업무를 보게 되었다고 하자. 그럼 재임기간 동안 정부종합청사 근처에 아파트 하나를 얻어 주면 될 일이다. 밤샘 회의와 외빈 초청 행사가 많다고? 그건 사무실에 그런 공간을 만들면 될 일 아닌가? 공무원들도 함께 쓸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게다. 밤샘 회의하고 잘 곳이 없다는 말은 옛말이다. 서울은 어느 곳을 둘러봐도 사방천지에 오피스텔이나 아파트가 많다. 그런데 왜 시대 착오적인 공관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을까? 알 수 없지만 아마 공관은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던 권위주의의 시대에 서울도 아직 정비되기 전이라 집도 그리 많지 않아서 겸사겸사 어깨에 힘 주고 아랫 사람 거느리며 상전 놀이하면서 근무하라고 주던 당근이었을 것 같다. "서울 와서 출세했네."
공간은 인식을 지배할 수 있다. 이제 권위주의의 시대는 갔다. 으리으리한 서울 한 복판의 럭셔리한 공간이 그들의 업무 능력을 향상시키켜 줄 것 같지 않다. 오히려 그들에게 특권의식을 갖게 하고, 어깨에 권위를 얹어주며 권력욕을 더 갖게 만들 뿐이다.
사람이란 참 이기적인 존재여서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고 정의가 어쩌구, 민주주의가 어쩌구 하지만 결코 내가 가진 기득권은 바꾸고 싶지 않은 법이라 공관에서 지내는 어느 누구도 공관의 필요성이 없다는 말을 섣불리 하지 않는다. 사적으로 이용하면서도 그걸 당연한 권리라고 여긴다. 그것은 권리가 아니라 권력 남용이다.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가 되겠지만, 공관은 없애야 한다. 아니면 당장 공관 운영비를 투명하게 정기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그게 국가기밀일리는 없지 않은가? 사생활 침해? 세금으로 운영되는데, 국민들이 그 정도는 알 권리는 있지 않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공관은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훨씬 많다. 이제 큰 집에 자리 차지하고 앉아 아랫 것들 불러대며 양반놀이하는 고위공직자는 보고 싶지 않다.
美도 대통령·부통령만 준다…'후진국형 공관' 이젠 없애자 [공관 대수술] | 중앙일보 (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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