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김어준과 강용석

사회선생 2022. 4. 13. 15:03

강용석이 국민의 힘에 입당하려다 거부당했다는 뉴스를 읽다가 댓글을 보고 뿜었다. 누군가 '털깎은 김어준'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그 둘은 컴퓨터로 따지자면, 하드웨어의 모양과 프로그램이 다를 뿐, 구동 방식과 그 용량이 유사해 보이기 때문이다. 표현 방식은 저속하고, 매우 편파적인 사고를 하며,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부도덕성을 가지고 있는데, 나름대로의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그래서 자아도취에 빠져있다.  

 

먼저 김어준부터 살펴보자. 김어준은 과거 언더그라운드 언론인(?)으로 이름을 알리며 정권 교체에 기여했다. 권력을 조롱하고, 배설하듯 쏟아내는 그의 말들은 간혹 대중들에게 시원함과 통쾌함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그에게는 두 가지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공중파에서 방송을 하기에는 지나치게 천박했으며, 언론인을 가장한 정치인이었다. 언론인이 아니라 선동가였던게다. 하지만 그의 엄호를 받으며 권력을 잡은 민주당은 그를 '가장 훌륭한 언론인'으로 추대하며 그를 공중파로 끌어 올렸다. 

 

유튜브와 같은 일인 방송과 공중파는 성격이 다르다. 공중파는 불특정 다수들이 소극적으로 매체를 접하기 때문에 방송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믿지만 요즘은 이 조차도 지켜지지 않아서 내 생각이 잘못됐나 회의가 들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언더그라운드 무대에서는 흥에 취해 술을 뿜어대며 옷을 마구 벗어 제끼면서 비속어로 점철된 가사의 락 음악 공연을 할 수 있지만 공중파에서는 곤란하다. 그런데 그런 음악을 좋아하는 자가 권력을 잡았다고 '표현의 자유'라며 그 공연을 공중파 무대로 올린다고 생각해 보라. 김어준 식의 방송을 '언론의 자유'라며 공중파에서 떠들 수 있게 해 주는 것과 뭐가 다를까? 이게 언론의 자유를 실현하는 것인가? 권력의 횡포 아니고? 난 김어준이 딱 언더그라운드 무대에나 어울릴만한 가수의 느낌이다.   

 

그럼 강용석은 어떤가? 언더그라운드에서는 별풍선 많이 받으며 최고의 스타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주류 무대에 오르기에는 함량이 많이 모자라다. 권력욕은 강한데, 능력과 인격이 부족하달까. 최악의 조합이다. 배운 놈이 더 무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법대 출신 변호사의 스펙과 네트워크로 권력의 가운데까지 진출했다가 자신의 망발로 하루 아침에 고꾸라진 이력이 있는데, 그는 자신이 무너진 이유를 외부에서 찾으며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는다. 모든 인간은 자신과 똑같은데, 그들은 위선적이고 자신은 솔직하다는 프레임을 씌운 후 더 저질스럽게 살기로 작정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악플이 언플보다 낫다. 잊혀지지만 않는다면 언젠가는 권력을 잡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서 잊혀지지 않기 위해 온갖 지저분한 추문을 만들어 갖다 바치는 황색저널리즘의 끝판왕 유튜버가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국민의 힘에 입당해서 경기지사가 되겠다고? '벤츄라 효과'를 노리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런 전례가 없진 않아서 걱정스럽기도 하다. 

 

그냥 제발 둘은 유튜버로 만족하며, 그들을 원하는 대중들에게만 집중적으로 즐거움을 주며 돈 벌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팬덤이 강해서 돈도 잘 벌 수 있을텐데, 왜 자꾸 공중파와 주류 정치인으로 들어와서 가뜩이나 심란한 정치판을 더 심란하게 만들려고 하는가? 그리고 또 하나 바란다면. 이제 민주당이든 국민의 힘이든 제발 정신 좀 차리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만을 보려하지 말고, 무엇이 바람직한지를 보며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품위없고 무례한 인간은 솔직하고 가식없는게 아니라 그냥 인간이 덜 떨어진거다. 덜 떨어진 인간들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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