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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과 강용석

강용석이 국민의 힘에 입당하려다 거부당했다는 뉴스를 읽다가 댓글을 보고 뿜었다. 누군가 '털깎은 김어준'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그 둘은 컴퓨터로 따지자면, 하드웨어의 모양과 프로그램이 다를 뿐, 구동 방식과 그 용량이 유사해 보이기 때문이다. 표현 방식은 저속하고, 매우 편파적인 사고를 하며,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부도덕성을 가지고 있는데, 나름대로의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그래서 자아도취에 빠져있다. 먼저 김어준부터 살펴보자. 김어준은 과거 언더그라운드 언론인(?)으로 이름을 알리며 정권 교체에 기여했다. 권력을 조롱하고, 배설하듯 쏟아내는 그의 말들은 간혹 대중들에게 시원함과 통쾌함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그에게는 두 가지 문제가 있었기 때문..

세상보기 2022.04.13

공관이 왜 필요하지?

나는 박원순 서울 시장의 성추행 사건 이후에 알았다. 서울 시장 집무실에 침실이 붙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지자체장의 공관으로도 모자라 사무실에 침실까지 둔 곳이 이 곳만이 아니라는 것을. 잠자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일하기 위해 침실을 만들었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개인 기업의 오너가 자기 돈으로 자기 사무실에 침실까지 만들어 놓고 근무해도 욕 먹을 판인데, 세금으로 침실까지 두고 근무를 한다니 이해하기 힘들다. 직원들이 야근으로 힘들어하면 침실 만들어줄건가? "내가 너희와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마." 권력의 세계에 대해 모르기 때문인지 난 공관이란 것도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백번 양보해서 지방에 거주하는 인사가 총리가 되어 서울에서 업무를 보게 되었다고 하자. 그럼 재임기간..

세상보기 2022.04.07

떠돌이개 검둥이를 살리고 싶다.

석 달 전쯤 한창 추울 때였다. 우리 동네 뒷산에서 산책하다가 두 마리의 떠돌이 개를 만났다. 검은 진돗개 믹스견인데 닮은 모습으로 봐서 혈연 관계 같았다. 한 마리는 어리고 한 마리는 그보다는 나이가 들어 보여다. 둘은 서로 의지하며 다니는 것 같았다. 동네에서 누군가 검은 진돗개를 잃어버려서 애타게 찾는다는 소식을 접했던지라 개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그 마음이 안타까워 그 개들을 유심히 살펴 봤다. 하지만 그 사람이 잃어버린 진돗개는 눈 위에 점이 없었는데, 얘는 까만 털 위에 노란 털이 눈 위에 선명히 박힌 점박이였다. 어린 점박이는 내가 빤히 쳐다보자 짖어댔지만 그보다 큰 검은 개는 짖지 않고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기만 했다. 어린 녀석은 겁쟁이 같았다. 정말 무서운 애들은 으릉거리며 덤빌 기세를 ..

카테고리 없음 2022.04.04

선택형 교육과정이 무색한 고3 교실

2025년 고교 학점제의 본격적인 도입을 앞두고, 2018년도부터 선택형 교육과정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에 따라 고등학교 1학년은 공통 과목, 2학년과 3학년은 대부분 선택 과목으로 수업이 운영된다. 학생들의 다양한 취향을 존중하고, 학업 부담을 줄여주며 동시의 교육이 지향해야 할 목적에 부합하는 미래지향적 정책이라는 데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교육 정책의 이상과 현재 학교 현장 간의 괴리가 크다. 특히 수능을 앞둔 3학년 수업이 그렇다. 선택 과목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선택 과목인데, 선택 과목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 아닌가. 입시라는 변수가 가장 크게 작용하는 한, 선택은 쏠림, 외면, 무시를 가져온다. 선택 과목은 일반 선택과 진로 선택으로..

교무수첩 2022.04.01

'고양이들의 아파트'

동물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대규모 건설 현장을 보면 저 곳에 살던 고양이들은 어떻게 될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저 아파트 구석 어디에선가 고양이들이 숨어 살고 있을텐데, 저 곳이 다 허물어지면 그들은 어디로 갈까, 주변을 둘러 봐도 깔끔하게 정비된 아파트 단지들뿐이라 그들이 새로 터를 잡고 살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재건축과 함께 그 곳에 살던 생명들의 삶도 끝날 것만 같았다. 그렇게 생각만 했다. 그런데 둔촌 주공 아파트 단지에서는 그 생각을 행동에 옮기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처음으로 재건축 단지에 사는 고양이들의 생존을 생각하며 그들에게 생명을 유지시켜 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조직을 만들었고,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했고, 펀딩을 했고, 그렇게 사람들에게 고양..

환경과 생명 2022.03.22

달라진 방역 지침, 정상 수업 괜찮을까?

지금 담임들의 책상 위에는 처리하지 못한 가정통신문 회신서들이 쌓여있다. 결석이 많기 때문에 모두 수합될 때까지 기다리는 중이다. ’학교 내 응급환자 관리 동의서‘ ’수련회 참가 희망 여부 회신서‘ ’식품 알레르기 조사서‘ ’방과후 학교 신청서‘ ’사진 파일‘ ’자기 소개서‘ ’학부모회 임원 선거‘ ’납부방법 및 출금 동의서‘...... 3월 2일 개학식을 한 이후 결석이 하루에 적으면 두 명, 많으면 세 명이다. 다섯 명이 있는 반도 있다. 가뜩이나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얼굴과 이름을 연결하며 외우기도 만만치 않은데, 1주일밖에 안 지난 이 시점에 계속 돌아가면서 결석이다. 다행히 증상은 심하지 않은 것 같다. 오늘도 출근길에 전화를 받았다. ‘선생님, 동생이 증상이 있어서 PCR 검사를 받았는데, 결..

교무수첩 2022.03.11

도살장 : 마주하고 싶지 않은 진실

세상에는 어느 누구도 알고 싶어하지 않는 사실과 진실이 있다. 사실의 인식은 진실의 깨달음을 주고, 이를 마주하게 될 경우 그 동안 내가 정당화하며 살아온 삶의 방식이 통째로 흔들리기 때문이다. 영화 '옥자'에서 묘사된 끔찍한 도살장 장면을 보면서도 영화라서 안도했고, 도살장 이야기를 다룬 다큐는 아무리 서정적으로 다룬 것이라도 절대로 보지 못했다. 차마 볼 수 없었다. 아니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는 말이 더 정확할거 같다. 나의 부도덕성을 정면에서 보며, 두려움과 혼란을 겪고 싶지 않았다. 인간의 육식을 위해 도살되는 동물을 보면서 인간의 폭력과 횡포라는 진실을 마주하게 될 경우, 나 역시 그 폭력의 수혜자이며, 가해자라는 사실을 또 맞닥뜨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보기 전에는 난 단순한, 심지어 ..

환경과 생명 2022.03.08

이어령 선생의 부고 뉴스를 보며

내가 접할 수 있는 천재들은 대부분 시대를 앞서갔기 때문에 내 기준으로는 과거형이었지 현재형이 아니었다. 대부분 실존 인물이 아니었고, 실존 인물이라고 해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내가 처음으로 우리나라의 현재형 천재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학자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이어령선생이었다. 고등학생 때부터였나. 신문에 연재되는 칼럼을 재미있게 읽었고, 그 분의 책을 찾아서 사서 읽었다. TV에서도 쉽게 볼 수 있었다. 특정 분야에 머무르지 않고, 문학부터 문화인류학에 이르기까지 장벽을 넘나들며 대중을 상대로 활발한 강연과 저술 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언어를 기반으로 한 인간의 심리, 문화 등을 분석하는 것을 보면 그 발상이 얼마나 신선하고 논리적이며 설득력 있는지 늘 감탄하며 재미있게 봤..

세상보기 2022.03.05

아,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 테니스 선수가 경기를 마치고 코트에 엎드려 운다. 입대 전, 자신의 어린 딸을 안고 마지막 인사를 하는 남성이 흐느낀다. 우크라이나 국민이 아닌 나도, 우리들도 같이 눈물이 난다. 기사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너무 아프다. 내가 사는 곳에 갑자기 포탄이 떨어진다는 상상은 상상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끔찍하다. 동네에 살해 당한 고양이 사체가 발견됐다는 이야기만 들어도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며, 그 놈이 어떤 놈인지 잡아서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는 사회에서 살면서, 우크라이나에는 죄 없는 사람들이 길바닥에 시체로 널부러져 있고, 심지어 누가 그 짓을 했는지도 분명하게 아는데, 아무도 엄벌에 처하지 않는다. 이게 국제사회의 한 단면이다. 힘센 놈이 막가면 다칠까봐 구경만 하는... 물론 거..

세상보기 2022.03.03

담임할 사람이 없는 이유

‘선생님 저 확진입니다.’ ‘선생님, 자가진단 앱이 안 돼요.’ “선생님, 저 교복이 아직 없는데, 입학식 날 어떻게 하죠?” 아, 담임 업무가 시작됐구나 절감한다. 2월 며칠 쉬는 날에도 시공을 가리지 않는 메신저 알림음이 계속 울려댄다. 며칠 전 오리엔테이션에서 마스크로 반쯤 가린 얼굴로 인사만 나눈, 아직은 낯선 우리 반 학생들이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코로나 현황을 매일 파악하여 보고하라고 하고, 학생들은 새로운 담임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묻는다. 단체 메신저 방을 만들어둔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학교마다 상황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담임과 비담임을 모두 해 본 사람으로서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담임이 비담임보다 힘들다고. 절대적 업무량이 많으며, 심리적 부담감도 크고, 학생에 대한 무한 ..

교무수첩 2022.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