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대규모 건설 현장을 보면 저 곳에 살던 고양이들은 어떻게 될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저 아파트 구석 어디에선가 고양이들이 숨어 살고 있을텐데, 저 곳이 다 허물어지면 그들은 어디로 갈까, 주변을 둘러 봐도 깔끔하게 정비된 아파트 단지들뿐이라 그들이 새로 터를 잡고 살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재건축과 함께 그 곳에 살던 생명들의 삶도 끝날 것만 같았다.
그렇게 생각만 했다. 그런데 둔촌 주공 아파트 단지에서는 그 생각을 행동에 옮기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처음으로 재건축 단지에 사는 고양이들의 생존을 생각하며 그들에게 생명을 유지시켜 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조직을 만들었고,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했고, 펀딩을 했고, 그렇게 사람들에게 고양이들의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영화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이 과정을 담담히 그린 다큐멘터리이다. 고양이들을 비참하게, 그렇다고 귀엽고 깜찍하게 묘사하지 않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영화에서는 고양이를 그냥 우리와 함께 살았던,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와 함께 살아야 하는 우리의 이웃으로 보았다. 힘없는 이웃. 그래서 누군가 도와줘야 생을 유지할 수 있는...
영역 동물인 고양이들을 인위적으로 이주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성공할지 실패할 지 사실 알지도 못한다. 폐허가 된 그 곳은 이제 포크레인 소리로 하루 종일 천둥 번개가 치며 건물이 무너지고 있지만 그런 상황을 알리 없는 고양이들은 더 지하로 파고들며 떠나지 못하기도 하고, 떠나기 위해 차도를 건너다가 로드킬을 당하기도 하고, 이래도 저래도 사실 그들의 삶은 녹록치 않기 때문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삶을 생각했다는 것, 그리고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 참 기쁘다. 누군가 이렇게 시작했고, 누군가 동조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앞으로 재건축 단지가 만들어질 때에 동물의 삶을 생각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시대를 열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곳이 온전히 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실천하는 것이 왜 이리 힘든 일일까. 구석으로만 숨어서 살며, 가장자리로만 얌전히 다니는 아이들에게조차 우리는 길 한 귀퉁이, 건물 한 구석을 내 주지 못한다. 부디 공존의 삶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이유는 재건축 기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재건축에 무너져가는 이들의 삶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것! 비록 그들이 동물일지라도...
'환경과 생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간의 동물 착취(퍼온 기사) (0) | 2022.06.09 |
---|---|
서울대공원의 침팬지 반출 (0) | 2022.05.18 |
도살장 : 마주하고 싶지 않은 진실 (0) | 2022.03.08 |
제발 알은체 하지 말아 주라 (0) | 2021.11.18 |
왜 길냥이에게 밥을 주냐고? (0) | 2021.1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