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명

제발 알은체 하지 말아 주라

사회선생 2021. 11. 18. 09:39

길냥이들은 주로 길의 가장자리로 소리도 없이 얌전히 다닌다. 사람이라도 나타나면 후다닥 어딘가 후미진 곳으로 숨기 바쁘다. 그렇게 대부분 존재감 없이 조용히 사는 동물인데, 그 조차도 혐오스럽다고 소리 질러대며 쫓아내고 학대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래도 길냥이들은 이렇게 저렇게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 

 

문제는 너무 인간친화적인 길냥이들이다. 밥을 주다보면 가끔 사람에게 알은 체를 하는 녀석들이 있다. 밥 시간이 되면 근처에서 기다리는 아이도 있고,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다가 오는 아이들도 있다. 그런데 사람에게 가까이 오는 것은 정말 위험한 일이다. 야생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이 동물에 친화적이진 않다. 무관심하게 굴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적극적으로 괴롭히고 학대하는 인간들도 꽤 있다. 

 

그래서 나를 경계하며 멀리서 째려보는 길냥이들을 보면 안심이 되는데, 자꾸 사람과 눈 맞추며 인사하고, 가까이 오는 아이들을 보면 두렵다. 혹여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고 착각하고 따라 다닐까봐... 인간은 절대 믿거나 가까이 하면 안 되는 존재라는 것을 그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도도하고 당당하게 밥이나 먹고 갔으면 좋겠다. 인사 따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고양이는 이렇게 생각했음 좋겠다. "야, 빨리 밥만 두고 꺼져! 인간 따위와 상종하고 싶지 않아."

그리고 난 나의 이 말을 고양이가 알아들었음 좋겠다. "야, 나도 낯가림 심해. 친해질 마음 없다구! 아파트가 개발돼서 니들 터전이 없어진게 안스러워 밥 주는거야. 그냥 밥만 먹고 가서 네 친구들과 놀아." 

 

그런데 요즘 한 녀석이 자꾸 기다린다. 그리고 사람을 근거리에서 관찰한다. 미치겠다. 누군가는 입양시키면 좋겠다지만 소위 품종묘도 아닌 길거리 출신을 입양하겠다는 사람도 없을 뿐더러, 이렇게 넓은 곳에서 돌아다니며 살던 아이에게 입양에 정말 행복한 삶인지 장담이 안 되기 때문이다. 아직 세상을 모르는 새끼냥이라면 모를까... 

 

우리 서로 모른 척 하고 살자. 그냥 필요할 때 도와주는 정도로 살자. 나의 바램이다. 문득 그런 관계는 인간에게도 필요할 때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