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명

도살장 : 마주하고 싶지 않은 진실

사회선생 2022. 3. 8. 15:17

세상에는 어느 누구도 알고 싶어하지 않는 사실과 진실이 있다. 사실의 인식은 진실의 깨달음을 주고, 이를 마주하게 될 경우 그 동안 내가 정당화하며 살아온 삶의 방식이 통째로 흔들리기 때문이다.  영화 '옥자'에서 묘사된 끔찍한 도살장 장면을 보면서도 영화라서 안도했고, 도살장 이야기를 다룬 다큐는 아무리 서정적으로 다룬 것이라도 절대로 보지 못했다. 차마 볼 수 없었다. 아니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는 말이 더 정확할거 같다. 나의 부도덕성을 정면에서 보며, 두려움과 혼란을 겪고 싶지 않았다. 인간의 육식을 위해 도살되는 동물을 보면서 인간의 폭력과 횡포라는 진실을 마주하게 될 경우, 나 역시 그 폭력의 수혜자이며, 가해자라는 사실을 또 맞닥뜨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보기 전에는 난 단순한, 심지어 축산업의 발달에 기여하는 소비자였는데, 그 모습을 확인하는 순간 난 명백하게 폭력의 수혜자와 가해자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체성을 흔들어버리는 진실을 외면하면서 살아왔다. 모르지 않았지만, 짐작할 수 있었지만 모른척 했다. 그런데 우연히 보게 된 카라의 동물구조 모금활동에서 도살장의 모습을 보고 말았다. 한 방 크게 맞은 느낌이다. 

 

카라의 홈페이지에는 현재 강원도 화재로 축사에서 죽어가고 있는 소를 살려달라고, 부상 당한 소를 도축장으로 보내고 싶지 않다고 도와달라는 글이 떴다. 축사의 주인은 소를 고기로 팔아야 하기 때문에 약을 먹일 수 없다고 했단다. 하지만 누가 봐도 통증이 심해 보이는 소를 살리고 싶었다. 그 소는 화재로 등은 불에 그을려서 화상을 입었고, 다리는 언제 부러졌는지 부러진 상태로 엎드려서 꼼짝 못하고 있었단다. 활동가들은 그 소에게 소원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그리고 차마 이런 곳으로 보낼 수 없다며 그 이런 곳을 묘사했다.    

 

'줄 서서 도축을 기다리고, 머리를 고정한 뒤 충격을 줘서 기절시키고, 구멍난 머리 사이로 척수를 마비시키고, 뒷다리를 고정해 거꾸로 매답니다. 머리를 자르면 방혈이 시작됩니다. 그 후 무게를 재고 등급이 매겨집니다. 계류, 타격, 방혈, 박피, 내장적출, 2분할, 세척, 계량, 예냉, 그리고 등급판정...'

 

나는 육식을 즐기진 않는다. 하지만 즐기지 않는다고 먹지 않는 것은 아니다. 먹는 사람이 존재하는 한 도살장은 존재할거고, 수없이 많은 동물들은 저렇게 죽어갈거다. 이 불편하고 끔찍한 도살의 수혜자로 사는 것이 옳은 삶이 아닌건 분명한데... 끊어야 한다. 육식을 끊는 것은 사회적 관계의 단절을 가져오는 우리 사회에서 정말 쉽지 않다. 나의 취향과 나의 편의가 생명보다 귀한 것은 아닐진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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