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성의 엘자(born free)’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정확한 기억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머리 속에 남아 있는 기억은 다음과 같다.
어느 부부가 아프리카 초원에서 어미를 잃은 새끼 사자 한 마리를 집에 데려와 ‘엘자’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돌본다. 엘자는 인간의 품에서 마치 반려동물처럼 성장하지만, 사자를 반려동물로 키울 수는 없었다. 부부는 엘자를 동물원에 보내려고 백방으로 알아보지만 철창 안에서 생기 잃은 눈빛으로 죽을 날만 기다리는 것같은 동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들이 사랑하는 엘자를 차마 그 곳에 보낼 수 없었다. 부부는 엘자를 야생으로 돌려 보내기로 결심하고, 혹독한 자연 적응 훈련을 시작한다. 생사의 고비 끝에 엘자는 야생으로 돌아가 사자 무리에 합류하는데 성공한다. 오랜 시간이 흘러 엘자를 발견한 부부는 자신들을 알아보고 다가오려는 엘자를 보지만 다가오지 못하도록 위협하며 떠난다. 다시는 인간의 손을 타게 해서는 안 된다고...
서울대공원에서 나고 자란 침팬지 광복이와 관순이가 인도네시아의 체험동물원으로 반출 예정이라고 한다. 서울대공원보다 훨씬 훌륭한 환경이라면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 서울대공원은 동물복지가 그렇게 좋은 곳은 아니어서 – 그곳은 사자에게 진정제를 먹여서 관광객들에게 사자를 만지는 경험을 제공하며 돈을 벌었던 악명 높은 동물원이다. 게다가 동물학대 없이 운영 불가능한 동물 서커스까지 하고 있다니 관순이와 광복이가 학대받으며 무슨 짓을 당하게 될지 모르는 곳이다. 침팬지 생츄어리로 보내줘도 미안해 해야 할 판에 동물학대 동물원이라니 어이가 없다. 그것도 민영 동물원도 아니고,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서울대공원에서 현재 진행중인 일이다. 관심있는 사람들이 서울대공원 앞에서 시위도 하고 민원도 넣으며 광복이와 관순이의 반출을 막으려 하자 서울대공원에서는 서커스에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 소유권이 넘어가는데 가능할까? - 궁색한 변명을 하며 이미 체결된 계약이라 번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009년에 태어난 광복이와 2011년에 태어난 관순이는 남매다. 그들의 어미 갑순이는 동물원의 스트레스 때문인지 새끼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고, 관순이와 광복이는 인공포육으로 사육되었다. 당시 관순이는 작고 귀여운 외모와 침팬지 특유의 높은 지능과 정서적 친밀감, 친화력 등으로 서울대공원의 마스코트가 되었고, 많은 언론 매체들의 주목을 받으며 사랑받았다. 아마 동물원의 수익 창출에 꽤 기여했을 것이다. 하지만 10살이 넘으며 새끼 때 만큼의 상품 가치는 사라졌고, 관리하기도 힘들어지자 ‘비순혈개체’라 보존 가치가 없다는 명분을 앞세워서 반출 계약을 한 것이다. 비순혈개체인줄 알면서 왜 태어나게 했는가? 임신과 출산은 동물원의 계획 아래 진행된 일이 아닌가?
“길들인 것에는 영원히 책임을 져야 해.”
셍텍쥐베리의 ‘어린왕자’에서 여우가 한 말이다. 야생동물은 길들이지 말기를, 각자의 영역에서 각자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존중해 주기를, 만일 길들였다면 끝까지 책임지기를 바란다. 이건 서울대공원 뿐 아니라 동물을 대하는 모든 인간에게 적용되는 말일게다.
'환경과 생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탈출의 끝은 (0) | 2022.08.22 |
---|---|
인간의 동물 착취(퍼온 기사) (0) | 2022.06.09 |
'고양이들의 아파트' (0) | 2022.03.22 |
도살장 : 마주하고 싶지 않은 진실 (0) | 2022.03.08 |
제발 알은체 하지 말아 주라 (0) | 2021.1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