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명

들고양이에게 물렸어요

사회선생 2019. 9. 2. 12:40

아파트 주민 카페 게시판에 자신의 어머니와 강아지가 들고양이에게 물렸다고 산책로와 동네의 들고양이와 들개 소탕 작전을 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이 실렸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래야 한다며 지지한다. 어느 누구도 그에게 묻지 않았다. 어쩌다가 물렸냐교? 왜 물렸냐고? 혹시 먼저 공격하진 않았냐고? 새끼들을 돌보는 에미 고양이는 아니었냐고?

길고양이를 들고양이라고 하는 것도 거슬리고, 인간을 물었다고 - 할퀴었나보다 - 원인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고양이 탓만 하는 것도 뭔가 억울하고, 그 고양이가 사람을 해했다고 모든 고양이와 개까지 소탕해야 한다는 그 무지막지한 주장도 끔찍하다.유럽에서 고양이 소탕 작전이 가져왔던 페스트를 모르나보다. 어떤 종도 인위적으로 멸종시키려는 노력을 해서는 안 되건만.... 어쩜 아무렇지도 않게 소탕 운운하다니....

억울한 길고양이 입장에서 굳이 이야기를 해 보고 싶다. 숲속에 숨어있는데 갑자기 강아지 한 마리가 쓱 머리 디밀었고 자신은 깜짝 놀라 악소리 내며 앞발로 개를 할퀴었고 그러자 개 주인은 자기 개 할퀸다고 고양이를 쫓거나 때리는 시늉을 했고, 고양이는 개와 한 패라고 여기며 너도 꺼지라고 덤볐을거다. 사실 웬만하면 고양이는 도망가지 사람이나 개에게 덤비지 않는다. 추측컨대 숨어있는 곳을 모르고 개가 훅 달려들었고, 고양이도 본능적으로 도망 갈 타이밍을 놓치고 공격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다면 엄밀히 누구 잘못도 아니다. 그런데 무조건 고양이 잘못이라며 고양이 소탕 운운하는 것은 정말 억울한 일이다.

대부분 길고양이들은 매우 위축된 상태로 조용히 숨어 다니면서 그림자 같이 산다. 발정기에 울음 소리를 내고, 그들끼리 영역 싸움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조차도 아파트 단지 한 가운데에서는 그리 녹녹치 않다. 그게 거슬리면 사람들이 합심해서 중성화 수술을 해 주면 괜찮은데 그렇게까지 적극적으로 그들을 보호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이다. 왜 그들의 입장에서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채 무조건 사람을 공격하면 다 죽여야 한다고 벌떼같이 달려들까? 

고양이가 인간을 공격했다면 왜 공격했는지 살펴보고 그 원인을 제거해야 하는게 맞다. 무조건 고양이 소탕 작전을 펼치자는 주장은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지지한다고 하더라도 결코 옳은 일이 될 수 없다. 인간은 무소불위의 절대 권력을 가진 절대 선이 아니다. 인간을 해한다고 모든 동물을 죽여야 한다는 논리는 끔찍한 폭력이다. 인간도 생태계의 일원일 뿐이며, 인간도 다른 동물들의 생존 방식을 존중하고 행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왜 우리는 우리 중심으로만 세상을 보고, 내 기준대로 그들이 행동해야 한다고 믿는걸까? 이런 이기적인 논리는 아무리 봐도 부당한데.... 왜 우리는 고양이 편을 든다고 생각할까? 고양이 편이 아니라 고양이도 생명이니 그의 입장에서도 이해해 줘야 할 것 아닌가? 억울한 사람도 없고, 억울한 동물도 없는 세상이 정의로운거 아닌가? 그리고 우리는 원튼 원하지 않든 공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