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환자가 이웃집에 방화를 하고 불을 피해 나오는 사람들을 흉기로 살해했다고 한다. 그로 인해 다섯명이나 사망하고 수 십 명이 다쳐서 우리나라 조현병 환자들의 사회적 격리 문제가 다시 대두되고 있나보다. 그 조현병 환자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들은 이전부터 자주 경찰에 신고하며 도움을 청했는데 경찰이 무시해서 화를 입었다며 억울해한다. 13세 여중생이 계부에게 성추행을 당했고, 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계부에게 보복살해를 당했다. 경찰이 적극적으로 수사 및 보호를 하지 않아서 그리됐다고 말이 많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경찰대로 억울할 만하다. 경찰은 자신들의 경험이나 직관이나 다수의 신고만으로 특정인을 격리시킬 만한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자의적으로 판단해서 환자라고 규정할 수도 없을 뿐더러, 더더군다나 격리라니. 그렇게 했다가는 경찰복 벗고 수갑까지 찰 수도 있다. 위급하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해도 - 어쩌면 그런 상황일수록 더더욱 - '매뉴얼대로' 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참... 사후약방문이 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매뉴얼보다 경찰의 경험에서 오는 직관이나 판단이 필요할 때도 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있다.
학교에서 담임반 학생 B가 찾아와 괴로움을 호소한다. A와 같은 동아리인데 A가 괴롭힌단다. 들어보니 둘의 성격이 별반 다르지 않은 데다가 친했던 사이인데 서로 말이 거칠어지면서 상처를 입은 것 같다. A는 학폭을 열어 달라고 하지만 교사가 듣기에 학폭을 열만한 사건은 아닌 듯해서 둘을 불러 서로 거친 말 하지 말고 배려하라고 '교육'을 해 보고 싶다. 힘의 우열이 나타나는 폭력이 아니라 그냥 사춘기 소녀들의 감정 싸움이라고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아리를 옮겨 주는 선에서 해결해 주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폭력이 발생하면 - 폭력이라기보다는 여전히 둘의 감정 싸움같지만 - 그 다음에 학폭위를 열자고 하고 싶다. 그러나 교사에게는 그럴 만한 권한이 없다. 학생이 자기는 일방적 피해자라며 학폭 열어 달라고 했는데, 교사가 '교육'하려고 했다가는 역풍을 맞아 시달리기 십상이다. '선생님이 가해자 편만 들었다, 학폭위 열어 달랬는데 무시했다, 난 힘들어 죽겠는데 선생님은 인정하지 않았다.' 등등 민원이라도 내면 옴팡 교사 책임이 된다. 교사는 교육을 할 수 없다. 매우 소극적으로 매뉴얼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가끔 나는 그게 정말 교사와 학생을 위한 일인지 잘 모르겠다. 무슨 문제가 생기면, 교사에게 권한은 안 주면서 지도는 하래고, 해결은 하되 개입은 말란다. 돌아버리겠다. 그럴 재주 있으면 그렇게 한 번 해 보시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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