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대한민국에 그런 달달한 것이 남아 있긴허요?" 영화 내부자들에서 이병헌이 했던 대사이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건만, 요즈음 뉴스를 보면 그 말이 떠오른다. 뉴스가 아주 극적 긴장감이 넘치는 소식들로 가득하다. 그것도 아주 수위가 높은 하드코어다. 유명 연예인이, 경찰이, 검사가, 정치가가 같이 짜고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마약, 성폭행, 성매매, 탈세, 뇌물, 협박 등 범죄의 유형도 다채롭다. 그 뉴스 댓글에 '살인만 안 했지 진짜 모든 범죄를 섭렵했네." 하자 그 글에 또 댓글이 달리길, "정말 살인은 안 했을까?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살인 청부 정도는 했을 수도... "
영화적 상상으로 봤던 일들이 눈앞에서 다큐로 펼쳐지니 참 당황스러운데, 이 보다 더한 사건이 덮히고 있다면서 음모론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뉴스에 나오는 사람들은 '깃털' 수준에 불과한 잔챙이들이고, 진짜 '몸통'은 그냥 구경하면서 자신들의 범죄를 숨기고, 더 나아가 사람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승리나 정준영같은 유명 연예인들을 이용해 대중조작을 하고 있다고.... 그런데 그 말도 설득력이 있다. 정치 권력이 대중의 시선을 돌려 자신들의 치부를 덮는 대중조작 방식은 사실 새로울 것도 없는 통치 방식이기도 하고 우리 사회에서 종종 이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평범한 시민의 입장에서, 부디 바라는게 있다면, 정당 간의, 정치 권력 간의, 경찰과 검찰 간의 파워 게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달달한 정의'가 사건 해결의 초점이 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법을 지키며 사는 선량한 다수의 시민들이 억울하지 않도록 해 주어야 한다.
뉴스를 보고 있으면 세금 제대로 낸 사람이 바보이고, 절대 불의를 보고도 모른척 하며 살아야 하고, 범법 행위는 교묘하게 권력과 유착해서 해야 한다는 걸 가르치는 것 같다. 영화는 19금 등급 판정이라도 하지, 뉴스는 그럴 수도 없고... 우리네 학생들이 보고 배울까 무섭다. 이렇게 재미있는 뉴스 말고, 그냥 심심하고 지루한 그런 뉴스의 시대에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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