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은 기해년(己亥年)으로 돼지의 해란다. 기해년은 육십간지 중 36번째 해인데, 이번 기해년(己亥年)은 ‘ 돼지의 해’라고 한다. 돼지해는 해가 되는데 황금 돼지는 뭔가 싶어서 찾아보니 천간의 己가 오행상 토에 해당하는데, 그걸 상징하는 색이 황색이란다. 그래서 사람들이 황금색이라고 하나보다. 황색과 황금색은 분명히 다른거 같은데, 어쨌든 뭔가 행운이 오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어떻게든 돼지와 황금을 엮고 싶었나보다. 황금돼지라니. 돼지의 토템과 황금만능주의가 결합된 아주 흥미로운 무속의 다름이 아닌 듯.
돼지의 해라면서 TV에서는 돼지라는 동물의 습성에 대해서 보도한다. 돼지가 머리가 좋고, 감수성이 풍부하고, 깨끗한 동물이라고... 실제로 돼지는 새끼 돼지가 어미 돼지의 젖을 물 때 조차도 자기 젖을 정해 놓고 물 정도로 후각이 발달돼 있고, 절대로 자신이 먹고 자는 곳에서는 배변을 하지 않으며, 지능이 높아서 훈련도 될 뿐 아니라, 인간과 함께 살 경우에 인간과의 교감도 뛰어나 말도 잘 알아듣고 감수성이 풍부하다는 걸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래, 그럼 그 다음은? 그렇게 깔끔 떠는 돼지들을 옴짝달싹 못 하는 데에 가둬두고 한 군데에서 먹고 자고 싸게 만드는 이 비인간적인 사육 환경을 제거해야 한다고 이의 제기를 하는 것이 옳은 순서 아닌지? 그런데 어느 채널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곳은 없다. 돼지가 머리 나쁘고 더럽고 미련한 동물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걸로 끝이다. 그렇기 때문에 돼지를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는 곳은 아무 데에도 없다니 참 모순적이다. 심지어 돼지는 체지방율이 15%도 안 되기 때문에 실제로 비만이라고 할 수 없다고, 그냥 돼지의 체형 자체가 그렇다고 이야기하는데 우리는 돼지를 뚱뚱하다고 희화화하지 않는가? 돼지는 뚱뚱한게 아니었다!
돼지에게는 돼지답게 살 기회가 없었다. 공장식 축산 방식은 돼지들이 먹고 자고 싸고를 한 군데에 할 수 밖에 없었고 - 사람인들 그렇게 묶어 두면 다른 재주가 있겠는가? - 머리가 좋은지 나쁜지 보여줄 기회조차 없었다. 그렇다보니 더럽고 냄새나는 미련한 동물로 보인건데 사람들은 자신들이 그렇게 만든줄 모르고 돼지는 더럽고 냄새나는 미련한 동물이라고 욕하며 잡아 먹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어보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러면서 또 행운을 가져오는 동물이라고 꿈에서라도 한 번 만나기를 바란다. 맨날 욕하고 잡아먹으면서 행운의 동물이라니? 이 앞뒤가 맞지 않는 인간의 자기 중심적 사고 방식이란! 내가 돼지라면 절대로 인간에게 행운을 주러 꿈속에 나타나지 않을 것 같다. 네가 지금 돼지들에게 행하고 있는 짓을 보라며 벌을 줄 것 같다.
돼지의 해란다. 그럼 이제 돼지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살펴보고, 그들이 돼지답게 살 수 있도록 해 주며 행운이라도 달라고 빌어야 하지 않을지. 돼지를 이렇게 키워서는 돼지에게도 이런 돼지를 먹는 인간에게도 좋을게 없다. 알면 바꿔야 하는거 아닌가? 왜 우리는 동물들에 대해서 점점 더 많은 걸 알게 되었으면서 이전보다 더 가혹하게 동물을 사육하고 도살하는가? 돈 때문에 안 된다고? 우리 제발 돈만 보고 살지 말자고, 같이 행복하게 좀 살자고 말하고 싶다. 돼지에게 햇볕 아래 흙놀이하고 도토리 주워 먹으며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게 그렇게 힘든 일인가. 돼지의 해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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