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석희 선수가 어린 시절부터 코치에게 맞은 것도 억울한데, 지속적으로 성폭행까지 당했단다. 평창 올림픽 때에도 뇌진탕이 되도록 코치에게 맞았다는 기사를 보면서 난 속으로 성추행이나 성폭행은 없었을까 막연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선수를 함부로 여기는 인간이라면 자기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 어린 선수들을 도구로 삼는 짓도 얼마든지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기보다 약한 여자는 남자들에게 두 가지 대상으로 보일 수 있다. 단순한 폭행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성적 도구의 대상. 하지만 당시 성폭행 이야기는 없어서 다행이다 그랬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심석희 선수가 오늘 용기있게 털어놓았다. 여고생 시절부터 성폭행도 있었다고,.. 그녀는 그 동안 선수로써 쌓아 놓은 모든 것을 걸고 조재범의 폭행에 대해 이야기했다. 피해자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지 않으면 맞아도 맞았단 소리를 못하고, 성폭행 당해도 당했다는 소리를 못 하는 사회이다. 게다가 스포츠계에서는 더할 게다. 스포츠계는 매우 권위적인 남성 중심 사회 아닌가? 대부분의 선수들은 선후배 간에, 코치나 감독과 선수 간에 맞고 때리며 성장하는 것을 정상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고, 성폭행에 있어서도 여자 선수들이 쉽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리라.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이 성폭행 당했다고 했다가는 오히려 그 여성만 배제되고 모두 잃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아직 갈 길이 먼 선수들이라면, 그 선수들의 미래가 코치와 감독에게 달려 있다면, 정말 모든 걸 버리겠다고 작정하지 않는 한, 저 사람이 때렸어요, 저 사람이 성폭행했어요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심석희 선수의 용기는 칭찬받아 마땅하며, 국민들이 지켜 주어야 한다. 기사를 보니 조재범은 잘 했다고 때리고 - 코치가 미는 선수보다 못 해야 하는데 - 못 했다고 때리고, 기분 나쁘다고 때리고. 거기에다 성폭행까지 했단다. 어린 시절부터 빙상장에서 스케이트만 타며 코치와 감독만 의지하며 살고 있는 소녀에게 할 수 있는 모든 사악한 짓을 다 한 셈이다. 그루밍 범죄의 전형을 보여준다.
지금 법정에서 조재범은 선수를 위해서 체벌한 거라는 헛소리를 아직도 지껄이고 있다. 이제 성폭행까지 까발려 졌으니 자신은 그런 적 없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합의하에 성관계 했다고 지껄일게 또 뻔하다. 언제까지 우리가 이런 헛소리를 들어야 하는가? 심석희 선수의 용기가 부디 그녀를 스포츠계에서 입지를 더욱 단단히 만들어 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힘센 불의가 이기는 게 아니라 정의는 결국 더 세다는 것을 그녀의 사례가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폭력에 관대한 저질 문화가 사라지고, 더 많은 선수들이 용기를 내서 폭력에 저항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길 바란다. 심석희 선수 파이팅!! 올림픽 때보다 더 큰 응원을 보내야 할 때이다. 모두 당신 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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