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명

산불을 보며 신을 생각하다

사회선생 2019. 4. 8. 09:48

강원도에 산불이 나서 여의도 면적의 6배가 넘는 숲이 잿더미가 됐다고 한다. 신이 인간들에게 까불지 말라고 경고한 것만 같다. 너희들이 아무리 잘난 척 해 봐야 개뿔 아무 것도 아니라고. 너희들이 만들어 놓은 모든 것은 그냥 하루 아침에 잿더미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고... 방화인지, 실화인지, 자연발화인지 알 수 없지만, 타들어가는 숲 앞에서 인간은 무력할 수밖에 없었고, 우리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건조한 날씨와 센 바람은 불을 겉잡을 수 없는 지옥불로 만들어 버렸으니까...   

뉴스를 보면서 처음에 드는 생각은 저 안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동물들이 고통받을까였고, 다음으로 드는 생각은 저 숲을 복원시키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까였고, 그 다음으로 드는 생각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한 성찰이었다. 저렇게 산불이 번질 때에는 대한민국 최강 소방대원들과 최첨단 소방차와 설비들이 다 모여도 그냥 장난감 모형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큰 건물에 불이 났는데, 아가들 몇이 오줌을 누며 끄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도저히 인간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경지.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겸손하게 인간과 동물과 자연을 대하고, 그들을 존중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하나만 더. 이제 자연재해 매뉴얼에 반려동물이나 축산동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포함시켜 주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급하게 대피할 때에는 목줄을 풀어주고, 축사의 문이라도 모두 열어주고 가라는 정도의 매뉴얼도 없지 않은가? 함께 대피할 수 없다면, 너무 급해서 빨리 대피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 정도는 해 주고 가자고... 숲속의 동물을 살리지 못할 지언정, 내가 키우던, 불이 났다며 내게 알려주던 백구를 그냥 목줄에 묶인 채 놔 두고 가는 건 인간의 교만과 이기김 아닌지. 가끔 신은 우리 주변의 그 누군가로 나타날 수 있다는 말을 믿고 싶다. 나보다 약한 그 누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