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명

미세먼지와 3만달러

사회선생 2019. 3. 5. 20:58

콧물 찍찍, 눈 뻑뻑... 알레르기성 비염과 안구건조증이 원래 있지만 유난히 심하다. 며칠 동안 지속된 미세먼지 때문이다. 국가 재난 수준으로 최악의 기록을 갱신 중이라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한 농담이 현실이 될 것 같다. 마스크가 아니라 방독면 쓰고 다녀야 할 날 올 것 같다고 했었다. 집집마다 청정공기를 압축 저장해 놓는 시설을 두고, 휴대용 필수품으로 공기 스프레이를 가지고 다녀야 할 것 같다고 했었다. 이런 말들이 현실이 되는 날이 멀지 않은 것 같아 걱정스럽다. 

늘 우리 마음 속의 3월은 새학년이 시작되는, 산들산들 봄바람과 따뜻한 봄볕, 푸른 새싹이 어울리는 계절이었다. 그런데 온통 뿌연 쟂빛이다. 이제 3월에 밝은 봄날을 보는 건 쉽지 않은 일인가보다. 우리네 학생들에게 3월은 어떤 이미지로 기억될까? 설마 그들이 내 나이가 되었을 때쯤 그 때가 좋았지라며 친구들과 공기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려나?

미세먼지 경보와 주의보를 교대로 발효하는 이 와중에 뉴스에서 우리나라 1인당 GDP가 3만불을 넘어 이제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경기가 나쁘다며 여기저기 아우성인듯 한데, 3만불을 넘었다니 미세먼지때문에 공기청정기와 마스크 제조 회사가 GDP 증가에 기여한 공이 클 것 같다. 어떻게든 부가가치만 창출되면 지표에 포함되니 그 3만불에는 허수가 많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한데 별 얘기가 없다. 우리는 자동차가 체증을 일으킬 만큼 매연 뿜으며 다니고, 산과 숲을 무참히 훼손하며 건물을 올리고, 멀쩡한 건물들도 재건축이니 재개발이니 하며 부수고 다시 세우고, 무수한 공장들을 연기 뿜으며 돌아간다. 그리고 우리네 GDP는 올라간다. 살기 힘들어지는데 GDP는 올라간다. 이게 무슨 성장인가? 새로운 성장의 프레임을 제시하고, 환경을 위한 규제의 폭을 강화하고, 국민 모두 불편함을 감수하며 다시 맑은 공기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실천 방안을 법제화해야 할 거 같은데 뭔 말이 없다. 그냥 마스크 쓰고 다니며 각자도생해야 하나보다. 마스크와 공기청정기 살 돈 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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