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버튼의 영화는 화려한데 초라하고, 밝은데 어둡고, 기쁜데 슬프고, 희망적인데 절망적이다. 어떻게 하나의 영화에 이런 중의적인 감정을 담아낼 수 있는지 그의 특별한 재능에 감탄한다. 너무 아름다워서 슬프다는 감정이 무엇인지 그의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실사인지 애니메이션인지 착각을 갖게 하는 그림도 늘 아름다운데, 이번 영화도 예외가 아니었다.
단, 디즈니의 틀 안에 살짝 갇혔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 한계였다. 훨씬 더 창의적인 덤보를 그릴 수 있는 사람을 디즈니의 가족주의에 가둬 전형적인 덤보에 머무르게 한 것은 아닌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가족애, 동심을 교과서적으로 표현해서 지루한 감도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부하지 않게 느낀 이유는 동물원이라는 환상적인(?) 공간에 나타난 인간의 폭력성과 상업주의도 담아냈기 때문이다. 동심과 대비되는 이 잔혹한 공간이 파괴되는 장면은 통쾌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인간의 품에서 서커스를 하며 행복해 하는 덤보가 아니라 코끼리의 세계에서 행복해야 한다는 자연주의적 관점까지 보여주었다.그것만으로도 흡족했다.
어린 시절 읽었던 '아기 코끼리 덤보'의 마지막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오늘 본 팀 버튼의 덤보처럼 그들만의 세상에서 행복한 해피 엔딩이었기를 바란다. '서커스 단에서 사랑받는 코끼리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어요'라고 생각했을 나같은 옛날 아이들에게는 반성의 울림을 주었다. 현재의 아이들은 '코끼리는 코끼리의 세상에서 가족들, 친구들과 행복하게 살았대요'를 해피 엔딩으로 받아들일거다. 그걸로도 족하다. 덤보를 되살려 어른은 반성하게 하고, 아이들에게는 덤보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한 팀 버튼. 땡큐. 아, 그런데 왜 자꾸 덤보가 눈에 아른거리지.... 보고 싶어하지 않을테니 잘 살아라. 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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