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직전부터 교무실에 도착할 때까지 4통의 문자를 받았다. 아이가 아파서 학교에 못 보낸다는 내용이었다. 교사 생활하면서 하루 네 명의 결석 통보를 받은 것은 처음이다. 확실히 학생도 학부모도 달라졌다. 한 해가 다르다. 아프면 쉬는거고 결석하면 그만이다. 하긴 건강이 우선이지 공부가 우선은 아니니 탓할 것도 없다.
그런데 담임 입장에서는 다른 모습들이 보인다. 결석생들이 많아지면 조금 힘들어도 참고 버티면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도 함께 무너져 버린다. 마치 힘든 일을 함께 하고 있는 동료를 잃은 기분이랄까. 상실감이 커지고 굳이 왜 나만 힘들게 참을까 싶은 마음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 네 명이나 결석을 하고 있는 마당에 두 명이 조퇴하겠다고 나섰다. 생리통이 심해서 학교에 못 있겠단다. 내가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참으라고? 왜, 무슨 근거로 내가 참으라고 할 수 있을까? 그냥 고이 보내주는 수밖에 없다.교실이 휑하다.
이렇게 조금만 아프다고 학교를 자주 안 오는, 혹은 조퇴를 자주하는 학생들의 경우, 생활리듬이 완전히 깨져서 학교 생활 적응하기 점점 힘들어진다. 앞으로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지 걱정도 된다. 두통 조금 있다고, 속이 안 좋은 것 같다고, 생리통 조금 있다고 안 가도 되는 일을 하면서 살 사람은 별로 많지 않기 때문이다 .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학교 무용론이 정말 나올 것 같다. 굳이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는데 왜 힘들게 학교에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는...정말이지 학교가 제대로 그 기능을 회복하지 않는다면 이런 현상은 점점 심해질거고 학교는 황폐화될 게 뻔하다. 와서 자느니 그냥 집에서 자겠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학생들이 곧 나올거 같다. "어차피 학교에 와도 저는 하는 일 없어요. 그냥 집에서 편히 쉴래요." 아마 그렇게 말을 하지 못할 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학생들이 많은지도 모른다. 우리네 학교가 무엇을 어떻게 해 줘야 할까. 학교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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