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이놈의 생기부

사회선생 2018. 6. 15. 13:29

해마다 하는 일이건만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는다. 하는 일 중에 가장 어렵다고 생각되는 일 중 하나이다. 왜냐하면 이해가 안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백일장은 자율활동에 기재하면 안 된단다. 왜냐하면 대회이기 때문에. 그런데 문예활동으로 이름을 바꾸면 괜찮단다. 아, 진짜, 지금 장난 나랑 하냐. 

그렇다보니 이게 수정해야 되는지 아닌지를 알 도리가 없다. 그것도 심지어 학년마다 기준이 다르다. 어떤 학생이 백일장에 참여해서 '선물'이라는 제재로 자신이 받은 선물의 기억을 바탕으로 산문을 써서 장려상을 받았다는 서술은 안 된단다. 이유인즉, 상을 받았기 때문이란다. 수상실적에 기재돼 있으니 자율활동에는 적지 말란다. 이중기재란다. 아니 기재된 내용이 다른데, 그게 왜 이중기재인가? 그렇다보니 정작 상을 받지 않은 학생의 백일장 아니 문예활동 참여 기록은 장황한데, 상을 받은 애는 왜 어떤 작품으로 상을 받았는지 알 도리가 없다. 이렇게 일관성 없이 기계적으로 생기부를 작성하는 원칙이 어디있는가? 이중기재라면 뭐가 이중기재인지 납득이 되야 하는데 도무지 내 머리로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냥 하나의 사실이 여러 군데 기술되면 안 된다는 식이니 원. 왜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에 상 받은 이야기를 써 주면 안 된다는 말인가? 말 그대로 종합의견인데, 상 받은 사실을 특이할만하고 칭찬할 만하다고 그에 대해 평가를 해 주는데 그게 이중기재란 안 된다고? 이런 기계적인 적용이 어디있는가?  

그런데 지금 그런 일을 하고 있다. 한 반에 수십건이다. 이해하고 수정하는 건은  몇 개 안 된다. 대부분은 이걸 왜 고쳐야 되는지 알 도리가 없다. 그런데 그런 일을 하고 있다.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 중 하나. 왜 하는지 모르는 일. 아, 진짜 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