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사회문화 교과서 유감

사회선생 2018. 6. 27. 14:51

과거 사회문화 교과서에 개고기 식용을 문화상대주의로 봐 줘야 한다고 제시한 사례가 나온다. 많고 많은 우리의 전통문화를 놔 두고, 시대적으로 논쟁꺼리가 되는 개고기 식용을 문화상대주의의 사례로 삼다니, 가르치면서도 내내 불편했다. 내가 필진에 있었으면 말렸을텐데, 그들도 남들이 우리에게 지적하는 것이 자존심 상하고 불쾌했나보다. 브리지트 바르도가 한국인들이 개고기 안 먹었으면 좋겠다고 한 편지를 손석희가 너희는 거위 간 안 먹냐고 응수하는 수준으로 상대주의를 가르치는 방식의 접근을 했으니...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소재의 적절성과 주제의 접근 방식. 적어도 문화상대주의는 특정 문화가 형성된 것을 맥락적 차원에서 이해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데, 상대방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상대주의적 관점에 접근해 교과서에 실어놓았으니... 맥락은 모른채 공격용 무기처럼 활용되었다. 국수주의, 자문화중심주의와 다를 바 없는 식의 접근이었다. 왜 개고기를 먹는 문화가 형성되었는지를 이해시킨 후 현재의 보편적 윤리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에 이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한가, 전승해야 할 만큼 의미있는 전통문화인가 정도로 열어 놓고 접근하면 좋았을 것이다. 인류가 지향하는 가치는 변화될 수 있으므로.  

최근 개고기 식용 논쟁이 뜨거운데, 여론 조사를 해 보면 그 결과가 흥미롭다. 개고기 먹는다는 사람은 10%도 안 되는데, 개고기 식용을 금지시키는 것에는 반대하는 여론이 과반수이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위에서 가르친 방식으로 개고기 문화에 접근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거다. 개고기 식용 금지를 주장하면 갑자기 문화상대주의를 파괴하는 나쁜 사람처럼 둔갑되며, 개고기가 반드시 사수해야 할 의미있는 전통문화로 둔갑한다. 우리가 전통문화 교육을 잘못한게다. 전통문화란 원형 그대로의 문화가 아니라 전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그 자체로서도 정신적 혹은 예술적 의미가 남아있는 것으로 봐야 할텐데 말이다. 이래저래 문제점이 보인다.   

작업할 일이 있어서 최근 개정교육과정에 맞춰 새로 쓴 사회문화 교과서들을 훑어보고 있는데, 눈에 거슬리는 게 있다. 사회복지제도의 원리를 설명하는데 개미와 베짱이의 사례가 제시되어 있다. 마치 개미들이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을 신나게 놀기만 한 베짱이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 복지의 원리라는 식으로... 이건 복지에 관해 부정적 인식을 하게 할 우려가 있는 잘못된 접근이라고밖에 안 보인다. 일단 복지의 대상은 베짱이처럼 노는 사람들이 아니라 훨씬 더 일을 많이 하거나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의 사람들이 더 많다. 그리고 내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세금 내고, 그 세금이 복지에 사용되는 것을 의미있게 생각하도록 우리는 가르쳐야 한다. 내가직접 하지 못하는 것을 국가에서 효율적으로 그런 사람들을 도와주며 살 수 있게 만들어준다고... 그런데 그 사례를 보면 학생들은 그렇게 생각하기 보다는 '억울하다, 아깝다, 왜 저런 사람을 도와줘야 하느냐'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어떻게 그런 접근 방식으로 복지를 가르치는지. 나중에 얘들이 자라서 개고기를 문화상대주의로 봐야 한다고 핏대 세우는 것처럼, 왜 가난한 사람을 우리가 세금 내서 도와야 하냐고 핏대 세울까 걱정된다. 

교과서는 그 자체로서 권위를 가지기 때문에 주제나 소재 선택이 신중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학생, 고등학생 때에 배운 지식으로 일상 생활을 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문득 나도 두려워진다. 내용 오류보다 더 무서운건 사실 잘못된 가치를 갖게 하는거다. 오류야 단순 지식이라 기억 속에서 사라질 수 있지만 가치는 내재되는 것이라 오래 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