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명

과시하는 사회 양산되는 쓰레기

사회선생 2018. 5. 29. 08:55

선물 포장 중에는 거의 사기(?) 수준으로 과대 포장된 것들이 꽤 많다. 고가의 명품이라는 것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저 평범한 생활용품이나 식품들도 그렇다. 스팸 십 여개는 들었음직한 사이즈의 박스를 열어보면 스팸 네 개가 움직이지 못하게 예쁘게(?) 누워있다. 걔들이 깨지는 것도 아니고, 지들끼리 살 좀 붙인다고 찌그러질 것도 아닌데 왜 그런 포장을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뭔가 그럴듯해 보이는 것을 선물하고 싶은 심리를 과대 포장으로 위장하는 셈이다. 그런 소비자의 심리를 생산자는 기가 막히게 잡아내서 별 것 아닌 것도 그럴싸하게 만들어내고... 아, 시장경제의 위대함이란! 그러나 이런 포장 문화는 선물 받는 사람을 결코 기쁘게 하지 못한다. 절대로 내가 쓸 물건 산다면 그런 포장된 물건 사지 않으니까. 그리고 그건 둘째치고 사회적으로 심각한 자원 낭비이다. 사람 기분좋게 하는 것도 아닌데, 심지어 낭비라니, 이걸 왜 허용해야 하는가? 

명절이 끝난 직후에 재활용 쓰레기장에 가보면 정말 종이 상자와 스티로폼 상자들이 하늘처럼 쌓여있다. 모르긴해도 스팸같은 과대 포장된 것들 때문일거다. 그런 과대 포장때문에 한 쪽에서는 쓰레기 처리로 골머리를 앓는다. 한 쪽에서는 그러거나 말거나 과대 포장용 쓰레기들을 돈 들여서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가끔은 포장이 내용물보다 아까운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어느 쪽 손을 들어줘야 하는가? 쓰레기 생산을 막는 쪽의 손을 들어줘야 하지만 우리네 시장에서는 생산을 위축시키는 건 거의 범죄 취급을 받기 때문에 절대 그럴 리가 없다. 난 궁금하다. 정말 저렇게 쌓여가는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할지.... 

내가 어렸을 때에 종합선물셋트라는 것이 있었다. - 아, 자꾸 옛날 생각 나는 것이 나도 늙었나보다. 꼰대가 되어 가는건가 -  아무튼 그 종합선물셋트는 정말 실했다. 딱 종이 상자의 뚜껑을 여는 순간 빈 공간 없이 과자와 사탕과 껌같은 것들로 아주 야무지게 차 있었다. 가끔 크리스마스나 생일날 부모님이 그 종합선물셋트를 사 주셨는데 그 즐거움은 참 컸다.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포장 문화이다. 요즈음은 과자도 과하게 존중받기 때문에 공기를 빵빵 채워서 안전하게 계셔야 하기 때문이다. (쳇. 동물을 그렇게 존중해서 키워보지!!) 웬만한 과자는 다 개별 포장해서 플라스틱 상자에 넣은 후 다시 종이 상자에 넣기 때문에 상자 열어 봐야 십여개도 안 된다. 

우리는 대접하고 대접받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는건 아닌지. 정성과 허세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가끔 우리네 문화를 되돌아보게 된다. 정성이 이중 삼중 고가의 포장은 아닐거다. 소박하게 선물을 주고 받는 문화면 어떤가? 신문지에 싼 꽃다발에도, 종이봉투에 담긴 소금 한 병에도 정성을 담을 수 있지 않은가? 보여주기 위한 문화는 쓰레기를 끊임없이 양산한다. 이제 그런 것 좀 규제했으면 좋겠다. 

정말 인간이 인간답게 대접받으며 살려면 누구나 좋은 공기 좋고 물 좋고 땅 좋은 곳에서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건 우리가 그렇게 사기성 대접 받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아, 아무래도 난 전생에 귀족이나 양반은 절대 아니었나보다. 그렇게 이중 삼중 포장된 걸 죄 짓는 기분이 들어서 불편하다. 


http://v.media.daum.net/v/20180522131110022?f=m

'환경과 생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칸토의 뿌리는 어디일까?   (0) 2018.06.05
동물원 교육이라니  (0) 2018.05.30
결국 다 정치가 문제야  (0) 2018.04.20
비닐 쓰레기 대란   (0) 2018.04.02
미세먼지, 뭐라도 좀 하자  (0) 2018.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