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챙겨주는 길냥이가 한 2주째 안 보인다. 특별히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그 고양이들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들이 쓰레기장이나 뒤질 수밖에 없도록 환경을 만들어 놓은 인간 중 한 명이기 때문에 적어도 살아있는 동안 밥과 물이라도 먹을 수 있게 해 주고 싶었다. 그게 생명을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에 대한 인간의 도리라 여겨졌다. 보이지 않았으면 모를까 어느 순간부터 그들이 자꾸 보였다.
두 녀석이었다. 노랑이와 까만 얼룩이. 아주 드물게 밥 자리에서 나를 기다린 적도 있고, 언제 먹었는지 모르게 밥과 물을 갖다 두면 싹싹 먹어 치웠다. 그 추운 지난 겨울에도 밥이 싹싹 없어지는걸 보면서 그래도 어디선가 배 안 곯고 살고 있으려니 했다. 그런데 2주 전부터 밥이 며칠 째 그대로다. 불길한 예감이 든다. 고양이의 습성을 잘 몰라서 이소한건지, 장거리 외출을 한건지 기타 등등 여러가지 생각을 하다가 고양이 카페에 가입해서 고양이 생리가 어떤지 알아보고 싶었다.
그런데 고양이 카페에 들어가 보니 정말 눈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비참한 고양이들 이야기가 어찌나 많은지. 공연히 들어갔다 싶었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하수구에 빠져 죽은 아기 고양이, 교통사고로 불구가 된 고양이, 사람의 폭행으로 죽어가는 고양이 등등. 그런 문제들을 그냥 고양이 좋아하는 사람들이 십시일반 도와가며 힘 닿는데까지 치료하고 입양, 임보하면서 그렇게 꾸려가고 있었다.
정치가 문제다. 혐오증을 가지고 학대하는 사람들을 처벌하지 않고, 세상의 모든 환경을 인간 중심으로만 개발하고, 동믈을 물건처럼 펫팩토리에서 생산하고 유통시키고... 결국 정책이 문제다. 그리고 그런 정책을 만든 정치가 문제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유기견이 거의 없는 국가의 특징은 펫팩토리가 없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개와 고양이를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하는 것만 막아도 유기되고 학대되는 것을 일정 수준 막을 수 있다. 상품이 될 수 없는 것들을 상품 취급해서는 안 된다. 키우고 싶으면 자격을 가지고 국가에서 관리하는 기관에서 입양받도록 해야 한다. 길고양이 문제도 상생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살아있는 것이 거슬리니 죽인다는것을 정책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살처분한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회는 폭력성에 관대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정말 소름끼친다. 모든 생명은 살기 위해 태어났다. )
길냥이들을 보면서 되뇌이는 말. '결국 다 정치가 문제야.' 사람만 그런게 아니라 개와 고양이의 삶에도 정치가 문제다. 그렇다고 얘들에게 투표권을 줄 수도 없고. 그나저나 그 고양이들이 어딘가에서 건강하게 살아있기만을! 고통받지 않고, 천수를 누리기를 간절히 바란다.
'환경과 생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물원 교육이라니 (0) | 2018.05.30 |
---|---|
과시하는 사회 양산되는 쓰레기 (0) | 2018.05.29 |
비닐 쓰레기 대란 (0) | 2018.04.02 |
미세먼지, 뭐라도 좀 하자 (0) | 2018.03.29 |
소의 반란 (0) | 2018.03.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