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군대나 학교나 부모가 문제다

사회선생 2017. 11. 8. 08:50

자식 군대 보낸 부모들이 군대에 건의 사항을 올리는 게시판이 있나보다. 최근 자식을 군대에 보낸 동료 교사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우리 아이 생일이에요. 미역국을 챙겨주세요.' '우리 아이는 압력솥에 한 밥 아니면 안 먹어요. 압력솥에 밥을 해 주세요. 압력솥 없으면 보내드릴게요.' '곧 빼빼로 데이인데 챙겨주세요.' '우리 아이는 베개가 높으면 못 자요. 개인용 베개 사용하게 해 주세요.' 실명 게시판인데도 보기 민망한 내용들이 꽤 많단다. 결국 한 부모가 글을 올렸단다. '그만들 좀 하시죠.'

학교에서 학생들이 공동체의 규칙이나 질서 따위 무시한 채, 등하교도 자기 하고 싶은 시간에 마음대로 하고, 지독하게 자기 중심적으로만 행동하는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군대라는 특수 집단에서조차 부모들은 무슨 초등학생 캠핑놀이 보낸 것처럼 난리라는데, 학교야 자신들이 돈 내고 다니는 곳이니 마땅히 자신의 자식들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서비스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그런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이니 안하무인에 이기주의자들인건 너무 당연하고... 아귀가 맞는다.  

이런 현상의 원인이 무엇인지 잠깐 생각하게 된다. 그 동안 군대나 학교가 권위적 관계에서 오는 강압적 인권 침해와 외부와 단절된 폐쇄적 공간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폭력과 범죄의 은폐가 심했다는 것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개인의 인권을 강조하면서 공동체를 고려하지 않은 탓에 이기주의적 사고와 행동이 당연한 것처럼 돼 버렸고, 경제력이 모든 것을 결정하면서 가진 자들은 이를 이용해 안 되는 것도 되게 하고, 못 가진 자들은 그로 인해 지나친 피해 의식과 열등감을 갖게 된 데에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런 논리로 보면 하나밖에 없는 귀한 내 자식이 특별한 대접을 받는 것이 인권이 실현이고, 다른 애들은 받는 대접을 내 아이만 못 받는 것이 아닌가 전전긍긍. 안절부절. 어떻게든 내 이익을 사수해햐 한다는 생각에 공동체의 질서 따위는 안중에 없는 것이다. 공동체는 내 자식을 위해 존재할 뿐이다. 그런데 돈까지 냈다면? 천박한 자본주의 의식까지 더해져 갑질로 이어진다.

'수박. 교무실로 배달시켰으니 잘 잘라서 우리 아이 점심 먹은 후에 후식으로 학생들에게 나눠 주세요.'작년에 한 교사가 받은 학부모 문자 내용이다. '그것까지 제가 제공해야 할 서비스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직접 하시든가 가져 가시지요.' 라고 하지 못했다. '우리 애는 군대밥 못 먹어요. 압력솥에 밥을 해서 주세요.' 라는 요구에 '군대는 청소년 캠핑장이 아닙니다. 압력솥 밥 아니어도 잘 먹게 해 줄테니 걱정마시지요.' 라고 하지 못한다는 것을 또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