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무단 결석이 길어지고 있나보다. 옆 자리의 동료 교사가 학부모에게 전화를 한다. "그래도 학교는 나오게 해 주세요.' 나도 자주 하는 말이다. 하지만 그 정도 무단 결석이라면 이미 학부모의 통제 밖에 있는 학생이라, 그 말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다 안다. 학부모인들 학교에 보내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나 역시 학부모에게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다.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는 무단 결석의 원인이 주로 가출이었다. 그런데 요즈음은 그냥 등 따숩고 먹을 거 많은 집에서 스마트폰과 노느라 학교에 안 간다. 우리반에도 대학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졸업 후 직업전문학교에 다니기로 작정한 학생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결정한 이후에 학교에 안 나온다는거다. 그렇다고 그 시간에 뭘 배우러 다니거나 돈 벌러 다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침대 속에서 빈둥빈둥 스마트폰을 친구삼아 놀고 있다. 부모와 한 번 통화를 해 봤다. 부모도 복장 터진다고 하지만 도리가 없다. 부모가 학교에 보낼 수 있는 권위 따위 사라진 지 오래다. 학생에게 아무리 다정다감 사정해도 딱 하루 약발이 간다. 그나마 착한 학생이라 하루는 와 주는 거다.
학생의 입장에서 보면 학교에 가야 할 이유가 없다. 어차피 지금부터 매일 결석해도 졸업하는데 필요한 수업일수 채우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 그리고 그까짓 생기부 출결 기록 포기하면 된다. 어차피 자랑할만한 기록도 없는데 출결에 무단 결석 수십일 들어간다고 뭐 대수랴. 그리고 학교에 가 봐야 대학 가겠다고 자습하는 애들 속에서 소외감만 들고, 당연히 공부에는 취미가 없다. 선생님은 영어 공부를 하든지 책이라고 읽으라고 하지만 굳이 불편한 학교에서 그러고 싶지 않다.
이 학생들을 학교로 끌어들여 뭐라도 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입시 제도를 바꾸면 될까? 얘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따로 만들어 운영하면 될까? 친구들이라도 많이 사귀게 하면 될까? 모르겠다. 출석부 정리를 하면서 나오는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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