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다 같은 교사가 아니다

사회선생 2017. 9. 22. 21:30


학생 시절을 떠올리면 누구에게나 특별히 좋은 선생님과 특별히 나쁜 선생님에 대한 기억이 있다. 특별히 좋은 선생님은 아주 잘 가르쳤거나 나에게 애정을 쏟아 줬거나 둘 중 하나이다. 둘 다이면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나쁜 선생님은 그 범주가 좀 넓다. 너무 못 가르쳐서 수업 듣는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 언어 폭력이나 물리적 폭력이 심한 경우, 여학교의 경우에는 성적인 농담이나 추행을 하는 경우, 차별이 심한 경우, 매사 신경질적인 경우 등 다양하다.

매우 오래 전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중고등학교 시절 동창들을 만나면 예전 선생님들 이야기를 하곤 한다. 대부분 기억 속에서는 사라졌지만 몇 가지 장면은 지금도 또렷하게 남아 있다. 어느 선생님이 위도를 지구본의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선이라고 설명했던 일 - 그 때 내가 너무 당황해서 질문을 했다. 선생님, 반대 아니에요? 그런데 그 선생님은 아니라고 했다. - 자신은 편애를 한다고 대 놓고 말했던 어떤 선생님이 자신이 이뻐하는 아이를 세워 놓고, '너는 그런 바지 입지 마. 남자들의 성욕을 자극해.' 라고 했던 일, 퀴즈를 내서 답변을 하지 못하거나 틀린 답변을 하면 배꼽이나 겨드랑이 쪽 살을 꼬집었던 선생님, 질문을 하면 늘 쩔쩔매며 횡설수설했던 선생님.... 

하지만 한 편의 기억 속에는 어려운 내용을 명쾌하고 즐겁게 설명해 줬던 수학 선생님, 인간적으로 우리를 존중해줬던 사회 선생님,  활기 넘치고 웃음이 떠나지 않는 시간으로 만들어줬던 세계사 선생님 등이 남아있다.  

그 때나 지금이나 교사라고 다 같은 교사가 아니다. 누구에게 어떻게 배우는가는 분명히 그들의 기억 속, 가치 속, 태도 속, 아니면 무의식 속에라도 살아 있어서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리라... 학생들 데리고 면접 연습을 해야 한다. 이과 학생들 지도를 위해 과학 선생님이 필요하다. 누군가 내게 말한다. " 과학과 아무나 한 명 불러." 속으로 생각했다. '과학과라고 다 같은 과학과가 아닐걸.' 절대 속으로만 생각했다. 사실 어느 직업인들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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