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배변훈련과 교육

사회선생 2017. 6. 17. 11:36

6년 전 우리 가족에게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해 주고, 고작 6살의 나이에 림프종으로 세상을 떠난 말티즈 미미. 우리 가족이 미미를 생각할 때 공통적으로 떠올리는 몇 장면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생각난다. 미미가 네 살 때 쯤 며칠 동안 설사병이 심하게 걸려 탈진한 데다가 슬개골 탈구 증상까지 겹쳐 뒷다리를 쓰지 못하는 때가 있었다. 아예 꼼짝을 안 하고 있었는데 그런 때 조차 배변을 하고 싶으면 앞다리로 엉덩이를 질질 끌고 화장실로 가서 기어이 화장실에서 볼 일을 봤다. 그 모습이 너무 힘겨워 보여서 우리가 '넌 아프니까 그냥 네가 누워있는 곳에서 해결해' 하고 만류해도 미미는 기 쓰고 화장실에 기어가서 해결했다. 우리 가족은 지금도 그 장면을 잊지 못한다. 미미는 죽는 날에도 비틀거리며 화장실에 가서 볼 일을 봤고, 우리 가족을 모두 모아 놓고 숨을 거뒀다.  

많은 사람들이 개의 배변훈련을 힘들어한다. 배변 장소를 못 가린다고 파양되거나 학대받거나 구박받는 개들이 꽤 많다. 믿기 힘들지만 우리 미미도 첫번째 주인에게 파양되어 온 이유 중 하나가 배변 훈련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이 본 미미는 '죽어도 아무 데에서나 싸는 건 못 참는 자존심 강한 개'였다. 그렇다고 우리 가족이 무슨 배변 훈련 전문가도 아니었다. 그저 여기 저기에서 들은 이야기들을 실험하였는데, 단지 다른 사람들과 달랐던 점은 우리는 초창기(미미가 우리 집에 처음 왔을때) 사회화 때에 누군가 늘 미미 옆에 붙어서 미미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을 가지고 그에 대해 반응을 해 줬다는 사실이다. 그런 이유로 미미는 화장실을 금방 가리게 됐고, 우리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파악하게 됐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 종일 혹은 많은 시간을 개를 혼자 두고, 직장에 다녀와서, 개를 보며 왜 싸라는 곳에 안 쌌냐고 다그치다 포기한다. 방법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한 내 잘못인데, 개 잘못이 되며 '머리 나쁜 개, 미련한 개, 키우지 못할 개'가 돼 버린다. 

문득 우리네 교육에도 간혹 이런 면이 나타나는 것 같다. '아이가 공부를 못한다, 아이가 산만하다, 아이가 버릇이 없다, 아이가 제 멋대로다, 아이가 머리가 나쁘다' 등등 아이의 문제를 쏟아내는데, 대부분은 초기 사회화 과정에서 아이의 문제가 나타날 때 적절히 교육을 해 주지 못한 탓인 경우가 많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제대로 교육을 하지 않고, 부모의 기준으로만 다그치다가 나중에 외친다. "쟨 왜 저래?" 그 말은 사실 "난 방법을 모르겠어" 인데.... 원인을 나에게서 찾으려 하는 부모는 거의 없다.   

"아이가 문제 행동을 보이나요? 그렇다면 부부가 서로 쳐다보고 이야기하세요. 문제의 원인은 당신과 나에게 있다고, 그리고 그 원인을 찾으세요." 어느 교육학자가 한 말이다. 개나 사람이나 초기 사회화에서는 가족이 옆에서 밀착 마크하며 행동 하나 하나에 과격한 리액션을 하며 애정을 담뿍 쏟아주면서 적절한 교육을 해야 하는데, 우리네 현대인들은 너무 바쁘다. 아이에게 들어갈 돈을 벌기 위해서...그리고 외친다. "난 너를 위해서 뼈빠지게 일 했는데 왜 너는 그 모양이야?" 아이는 알 도리가 없다. 개의 경우는 그래도 쉽다. 사람은 훨씬 어렵다. 그리고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결과는 잘못 되는 경우가 많다.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 문득 초기 사회화에 좀 더 공을 들어야 할 필요성을, 미미를 생각하면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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