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자는 놈들을 어떻게 하지

사회선생 2017. 5. 31. 13:00

수업 시간마다 애들 깨우는 게 일이다. " 선생님, 그래도 법정은 제일 안 자는 시간이에요. 진짜에요. 그렇지?" 학생들이 동감해 준다. 그나마 쬐금 재밌어서 덜 자는 거란다. 수면 불가능한 체육 시간 제외하고 제일 안 자는 시간이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해 준다. "야, 난 절대 평가 좋아해. 상대 평가 말고. 한 녀석도 안 자야지, 다른 시간보다 자는 애가 적다는 말은 나한텐 아무 의미 없다." 애들은 뜨악해 하며 그냥 쟤들 - 늘 혼수상태로 자는 녀석이 한 반에 한 두 명은 있다. - 은 포기하란다. 불가능하단다.

"난 양심과 존심에 자는 놈 보면서 수업 못 하겠다. 기운 빠져." 사실 자는 녀석은 많으면 5명, 적으면 한 두 명이다. 그래도 악착같이 깨우려고 노력한다. 말 그대로 양심과 자존심때문이다. 한 놈이라도 수업 시간에는 주워 듣게라도 해야 한다는 교사로서의 양심과 내가 수업을 하는데 감히 잠을 자? 하는 자존심이 섞여 있다. 고백하건대 옛날에는 후자가 강했다면 요즘은 전자가 강하다. 그런데 이 마저도 점점 약해진다. 양심이고 존심이고 지치고 귀찮은데다가 사나운 꼴 당하기 싫어졌기 때문이다. 공연히 깨워봤자 인권침해가 어쩌구 하며 대들기라고 하면... 정말 그런 아이들이 드물지만 있다!!

학생들 기쓰고 깨우며 수업해야 뭐하나. 어차피 학교에서의 교사 평가는 B급. 중요한 건 아니지만 기분 나쁘고 늘 학교 생활하면서 떠올리게 된다. 그나마 평범한 교사로서 양심과 존심을 가지고 수업을 해 왔는데, 문득문득 학교의 행태를 보면 내가 왜? 그런 마음이 스물스물 기어오른다.

생각해보면 학교는 수업이 가장 중요한 조직인데, 수업은 어디 가고 늘 행정적인 일들만 남아 있다. 학년 회의라고 모여서 하는 말은 '서울대 가는 아이들 관리'를 논하고, 교과 회의에서 모여서 하는 말은 "과목별 세부 능력 특기 사항을 어떻게 써 주어야 할 지를 이야기한다. 중요하지 않은 일은 아니지만, 내가 교사 생활하면서 수업 시간에 잠만 자는 아이들을 어떻게 해 볼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고,  교과 회의 시간에 모여서 좋은 수업이 무엇인지 수업 방법을 개발하는 것에 대하여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진지하게 논의해 본 적이 없다. 전자는 깨워라가 전부이고, 후자는 개인의 몫으로 귀결된다. 따지고 보면 후자에 대한 연구는 전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냥 답답한 마음에 끄적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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