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이 새로운 대통령에게 가장 바라는 정책이 성과급 폐지라고 한다. 성과급 폐지보다 성과급을 담임교사에 주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된다. 성과급은 교사들에게 지급하기로 책정된 예산이니 그걸 성과급이든 뭐든 이름으로 담임 교사들에게 주는 것이 가장 좋은 정책이 될 것 같다.
현재 학교마다 담임 기피로 몸살을 앓고 있다. 12월이면 교장실 앞에 진단서 든 교사들이 줄을 선다. 학교마다 사정은 비슷하다. 담임이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담임 수당이 현재 10만원 조금 넘는다. 교사들끼리 종종 말한다. 10만원씩 월급에서 깎는다고 해도 담임 안 하고 싶다고... 그런데 만일 담임 수당이 50만원쯤 된다면 그래도 생각해 볼 것 같다고... 성과급을 지급할 만한 예산이면, 담임 수당을 현실적으로 올려주기에 충분하다. 왜 담임 수당을 올려주어야 하는지 잠깐 설명을 하자면.
교사 생활 20년 이상 한 사람으로서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다. 요즈음 담임 노릇은 옛날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예전처럼 눈만 한 번 흘겨도 알아서 기는 학생 절대로 없다. 눈 흘기면 엄마 부르고, 훈계 하면 휴대 전화 녹음 기능 틀어 놓고, 등짝이라도 한 대 때리면 경찰 불러들이는 학생들은 점점 많아진다. 그 뿐인가? 우울증 환자 서 너 명은 기본이고, 사회 생활에 적합하지 않은 인격 장애를 가진 학생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내 앞에 앉은 담임은 한 학생이 거의 매일 찾아와서 운다. 선생님들이 무서워서 수업을 못 하겠다고... 뿐인가? 학교도 왔다 갔다 마음대로이다. (난 걔가 더 무섭다.) 한 교사는 예전에 학생이 화장실에 들어가서 문 걸어 잠근 채 나오지 않아서 119까지 불러서 학생을 끌어내야 했다.
행정적 업무들은 차치하고, 학생과 관련된 예측 불허의 위험하고 힘든 일들은 모두 담임의 일이고 책임이다. 너무 다른 예측 불허의 학생들 30, 40명을 책임지고 이끌어가는 일이 정말이지 예전같지 않다. 조회, 종례나 임장, 상담같은 일은 차치하고, 학생들을 대하는 일은 매일 살얼음 걷는 기분을 - 담임만 아니면 안 겪어도 될 일 - 갖게 한다. 할 일은 많아졌고, 책임도 많아졌는데 맨날 교장선생님들은 사명감과 신앙심과 희생정신과 학생에 대한 사랑으로 하라신다. "교장선생님, 정말 교장선생님이 담임할 때와는 차원이 다르거든요. 당장 생기부 작업 한 번만 해도 담임하기 싫다고 하실걸요.' 말하고 싶어진다. 성과급이라도 담임 교사들에게 챙겨줘야 한다고, 요즈음 학교에서의 3D는 담임이라는 것을 교육부 관료들이 좀 알아줬음 좋겠다. 비담임들이 부당하다고 저항할 것이다. 날나리 담임도 많다면서... 그럼 말하면 된다. '그럼 당신이 담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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