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잔다. 졸다가 자는 예의도 보이지 않는다. 그냥 베개까지 준비해 와서 푹 잔다. 이런 현상은 두 가지에 기인한다. 첫째, 학교라는 곳을 거부하는 학생이 있다. 이 학생은 어떤 시간도 어떤 사람도 거부한다. 듣지 않고, 보지 않고, 그냥 시종일관 잔다. 이 정도 되면 사실 교사가 통제하기 힘든데, 이런 학생들이 최근들어 증가하는 추세는 확실하다. 둘째, 들어보려 했으나 너무 재미없어서 , 이해하기 힘들어서, 흥미롭지 않아서 그냥 포기하고 잔다. 학년 초에는 들어보려 노력하며 졸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잔다. 이제 스스로 포기를 한 것이다.
이럴 때 교사의 반응은 두 가지이다. 그냥 내버려 둔다와 끝까지 깨운다. 전자는 무책임하고 후자는 효과가 없다. 교사의 노력은 사실 물리적으로 학생을 깨우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흥미를 유발하며 조금이라도 재미있게 가르쳐볼까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 자신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통해 자신을 바꾸는 일이니까.... 나도 자는 학생들이 있으면 세워보고, 뒤로 내 보내 보고 질문도 해 보고 별 짓 다 하지만 흥미롭게 해 주지 않으면 말짱 꽝이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안다.
간혹 교사들 중에는 자신들의 과목이 너무 어려워서 학생들이 잘 수밖에 없다며, 사회는 그래도 재밌게 가르칠 수 있지 않냐고 말한다. 일정 부분 맞고, 일정 부분 틀리다. 사회는 단계형 교육과정이 아니어서 어느 시점부터 공부를 놔 버렸어도, 일정 수준 끌어올리기 쉬운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의미있게 - 나는 재미있게라는 말보다 의미있게하는 말이 저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재미있지 않아도 학생들이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으면 집중한다. - 잘 가르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교사의 티칭 능력 차이가 크게 좌우한다. 그리고 나는 국영수도 교사 변수가 가장 크게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이웃집 할머니에게 상대성 이론을 설명하지 못한다면 그는 상대성 이론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한 사람이 아니라고 아인슈타인이 말했다던가? 어떤 과목을 가르치든 교사라면 이 말을 새겨 들어야 한다. 대상이 없는 가르침은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잔다고, 어려운 일은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학생들만 탓할 일은 아니다. 교사들은 변하기 위해 노력하는가?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하여 고민하는가? 여기저기에서 과목의 특수성을 이야기하며 너나 잘하라고 아우성 치는 소리가 들린다. 오케이. 나나 잘하자.
아 그런데 또 생각할수록 열받네. 수업 시간에 애들이 자든말든 혼자 놀아요 교사는 더 높은 교사 평가를 받는데, 애들 죽어라 깨워가면서 수업하는 나는 B급 교사. 트라우마가 오래 지속될 것 같다. 내가 원래 관심 밖의 일에는 철저히 무관심한데, 꽂힌 일에는 뒤끝이 매우 길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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