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서 드라마에 흥미를 잃었다. 엿보고 싶을 만큼 흥미진진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우와 감탄사가 튀어나올만한 영화적 판타지도 없고 그도저도 아니면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흐뭇하게 생긴 스타가 있어야 하는데 그도 아니고... 몰입이 전혀 되지 않아서 언제부터인가 드라마를 보지 않게 되었다. 엄밀히 말하면 사실 드라마 탓이 아니라 감정이 삭막해진 탓이리라. 그런데 우연히 보게 된 드라마 '용팔이'는 빠른 극전개와 영화같이 화려한 화면으로 시선을 잡았다. 속물인듯 순진한 용팔이 캐릭터도 매력적이었고. 아무튼 오래간만에 재미있게 보는 드라마가 되었는데 나같은 사람까지 끌어들였으니 시청률이 높다는 것도 이해가 된다.
문제는 김태희가 깨어나며 갑자기 영화같은 장면은 사라지고 진부한 표현으로 화면이 지루해지더니 급기야 전개마저 늘어진다. 김태희의 연기 문제가 아니다. 씬이 현격히 줄어들었고 도대체 억지스러운 용팔이와 재벌딸 간의 애정 폭발은 나를 당황스럽게 한다. "아니 서로에게 호기심이나 연민도 아니고 갑자기 깨어나서 사랑하게 됐어요? 저게 말이 돼?" 뭐 거기까진 '충분히' 이해할 용의가 있다. 그런데 대놓고 광고질은 또 무슨 경우인가? 아무리 드라마가 잘 나갈 때에 훅 땡겨야 하는 한철 장사라지만 이건 도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다.
방 구한다고 스마트폰을 클로우즈업 시켜서 앱을 소개하지 않나, 아무 개연성 없는 생수병을 클로우즈업 시키지 않나 - 난 무슨 독극물이라도 들었나 했다. 사물을 클로우즈 업 시킨다는 것은 카메라 언어이지 않는가? - 초딩들을 데리고 밥을 사 주겠다면서 죽집을 데려 가지 않나... 아니 초딩들에게 한 턱 쏘겠다면서 죽을 사 주는 어른이 어디 있나? 그것도 모자라 넌 왜 비빔밥을 좋아하냐는 뜬금없는 대사는 뭐야? 알고보니 그 죽집이 비빔밥을 함께 파는 브랜드였던게다.
피디와 작가가 자본에 굴복한건지, 아니면 둘 다 역량이 안 되는 사람들이었는데 운이 좋아 앞은 잘 끌어갔으나 이제 밑천이 바닥난 건지 잘은 모르겠으나 우리나라 드라마의 제작비 문제와 PPL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김태희 주원이 가져가면 남는게 없다면 분배 구조를 바꿔야 할 문제는 아닌지. 시청자를 무슨 호갱으로 아는 것 같아 심히 불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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