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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든 말든

사회선생 2015. 7. 22. 09:46

연세가 지긋하신 선생님들과의 수다. "아니, 왜 걔는 시집을 안 가니? 너무 눈이 높은 거 아니니? 이제 그 나이면 이혼한 사람이면 어떠니?" 나 역시 회자되고 있는 걔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그런 식의 말은 참을 수가 없어서 정색하고 말했다. "선생님, 선생님 딸이면 그렇게 쉽게 이혼한 사람에게 보내시겠어요?"  "그리고 걔가 시집 안 가고 있는 걸 가지고 자꾸 눈이 너무 높네 어쩌구 하는 건 아닌거 같아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한 선생님이 되받는다."얘, 우리가 걔 얘기하는 것보다 걔가 우리 얘기하는게 훨씬 많을거다. 뭐 그런 말도 못하니? 까칠하게 굴긴..."

나도 결혼하기 전에 '걔'처럼 숱하게 회자되었으리라... 도대체 남의 결혼사에 왜 그리 관심이 많은지. 알아서 가든 말든 누구와 하든 말든 그야말로 사적인 일이 아닌가? 친한 사이도 아니면서 뭐 그리 사적인 일에 관심을 갖는가? 나 역시 결혼 전에 그런 말들을 엄청나게 많이 들었다. 대부분 두 종류의 말이다.  

첫째, 제일 많이 들었던 말. "눈이 너무 높은거 아니야?" 한창 그 말을 많이 들었던 당시 우리 엄마가 직설적으로 해석해 주었다. '너 아직 주제 파악 못하고 있는거 아니야?" 물론 기분 심하게 나쁜 말이다. '눈이 높든 말든! 그래서 하든 못하든! 뭔 상관이람. 그리고 눈이 높은 것도 아닌데...' 속으로 늘 그렇게 생각하면서 겉으로는 '아니에요.' 그랬다. 만일 생각나는대로 지껄이면 그랬으리라. "쯧쯧쯧... 저렇게 까칠하니까 시집을 못 갔지..."  

두번째로 많이 들었던 말. "세상 남자들은 뭐하나 몰라. 이런 괜찮은 여자 안 데려가고.." 이 말도 칭찬인 것 같지만 사실 아니다. '넌 아직도 남자에게 선택을 못 받았구나. 무슨 결함 있는거 아니야?' 로 들어야 한다고 우리 엄마가 '친철하게' 해석해서 염장을 질렀다. 아니 결혼이 남자만 좋다고 하면 나는 '좋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냉큼 따라가야 하는건가? (물론 결혼이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가부장제 문화의 성격이 강하지만) 결혼의 주도권이 완전히 남성에게 있고, 나는 그 남성에게 간택되지 못해서 결혼하지 못했다는, 귀책이 순전히 여자에게 있다는 이야기 아닌가?

그래서 말인데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싱글인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 소개해 줄 거 아니면 관심을 좀 꺼 줬으면 좋겠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