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비정상회담도 이제 그만 봐야 하나

사회선생 2015. 7. 1. 09:48

내가 유일하게 본방 사수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바로 '비정상회담'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체면과 평판을 중시하는지라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에 매우 신경을 쓰고 사는데 그런 맥락때문인지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관심도 많아서 외국인들이 나와서 한국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는 프로그램들은 꽤 인기가 많은 편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동안 외국인들이 나왔던 프로그램과 달리 비정상회담은 아주 노골적으로 문화적 쟁점들에 대해서 무겁지 않게 논하는 분위기가 꽤 참신해서 재미있다. 특히 출연자들의 민족적 기질까지 캐릭터화되어 꽤 재미있다.  

 원래 문화라는 것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공기와 같아서 오랫 동안 무의식적으로 나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하고 있어도 잘 느끼지 못한다. 예를 들어 한국인은 다른 민족에 비해 성질이 급하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지 우리는 전혀 의식하고 있지 못하다가, 어느 외국인이 "한국인들은 커피 자판기에서 컵을 잡고 커피 떨어지는 것을 봐 가면서 기다리는 게 너무 이상해요. 삐 소리가 나면 컵을 가져가라고 해도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그 삐 소리를 등 뒤에서 듣죠." " 한국인들이 운전하는 걸 보면, 아직 보행신호가 깜빡이고 있어도 차를 자꾸 전진시키려고 움찔거려요. 몇 십 센티미터라도 나가 있으려고 하는 걸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일이죠."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아, 나도 그랬지, 한국인들이 성질 급한거 맞구나 깨닫는다. 우리 문화를 좀 더 객관적으로 재미있게 볼 수 있게 된다고나 할까?  

 아무튼 그런 이유로 나는 수업 시간에 활용할 소재도 얻을 겸 즐겁게 보는 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나라의 민족성, 기질 같은 것들이 해당 국가 청년들에게 나타나는 모습도 흥미로운데, 인간의 기질을 결정하는 것도 문화라는 생각에 웃게된다. 매사 지나치게 진지하고 객관적으로 현상을 보려는 독일계 유태인 다니엘은 교육 잘 받은 청년같다. 늘 독일인은 유머가 없다고 하더니 정말 그렇다. 또 자문화중심주의 태도가 강해서 이름마저 중국인 나라에서 태어난 장위안은 정말 딱 그렇다. 늘 '중국 만세, 중국은 위대한 나라'를 하도 부르짖어서 "아니거든. 너의 그런 사고 방식 자체가 너무 후지거든." 얘기해 주고 싶게 만든다. 어쨌든 그런 각인된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것이 방송으로는 성공적인 일일게다. 

 벨기에나 프랑스처럼 자유분방한 국가의 대표인 다니엘이나 줄리앙은 거침없고 수다스러우며 타인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고 삶을 즐기는 낙천적 태도를 가지고 있고, 러시아의 일리야나 미국의 타일러는 꽤 지적이고 매사 진지하다.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게 느껴지지만 절대 장위안처럼 '무식하게' 우기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네들이 지적 담론을 펼치는 것은 꽤 흥미롭다. 또 이탈리아의 알베르토는 어떤가? 이탈리안 특유의 느끼함과 유머와 매너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며 중심을 잘 잡아준다. 여자와 축구라는 이탈리안 남성의 전형적인 기질을 보여주는 데에도 매우 사교적이고 눈치가 빨라서 밉상이 될 수 없는 캐릭터이다.

 그런데 이제 비정상회담도 그만 끊어야 할까보다. 멤버들이 교체된다고 한다. 나는 일리야나 수잔은 계속 가길 바랬는데 그들은 볼 수 없게 되었고, 이제 그만두었으면 싶은 기욤이나 장위안, 샘오취리 등은 계속 가나보다. 아마도 한국에서 기획사에 속해 본격적인 연예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냥 가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이 교체되나보다. 이제 이들마저도 연예인이 되어서 더 상업적으로만 프로그램을 끌어가야 한다니... 그게 너무 뻔히 보여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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