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소득세 신고때문에 세무서에 갔다. 집에서 인터넷으로 신고를 하던 중 내 능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담당자에게 물어보기 위해서이다. 나같은 사람이 많은 때인지라 세무서의 지하에는 종합소득세 신고 상담처를 따로 두고 운영하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 내 차례가 되었다. 여차저차 설명을 했더니 그 담당자는 다시 해야 한다더니 이것 저것 누르며 가져가지도 않은 서류들을 요구했다. 학교에서 종합소득세 신고를 할 때 다 제출했는데 왜 다시 내야 하냐고 했더니 다시 해야 한단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니 옆에서 서류들을 다시 뽑아주면서 30분 이상 옆에서 기다렸다. 그런데 담당자는 잘못 알고 있었고, 결국 해결하지 못했다. 담당자는 처음부터 알지 못했다. 그런데 이것 저것 눌러보며 해결하려고 했고, 결국 시간만 낭비시킨 채 다른 사람을 찾아가라고 알려주었다. 다시 한번 깨달았다.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것도 힘든 일이구나. 그냥 모르면 모른다고 하지.'
학교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평가계획서 양식이 바뀌어서 다시 써야 하는데, 내가 미처 몰라서 동료에게 물어보았다. 그는 잘못 알고 지식을 내게 가르쳐 주었고, 결국 다시 일을 해야 했다. 그런 일들이야 사소한 일이지만 별 것 아닌 일을 두 번씩 다시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짜증나는 일이다. 그 때에도 생각했다. '정확하지 않은 지식은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
물론 나도 선의를 가지고 무엇이든 열심히 도와주려는 사람을 좋아한다. 얼마나 훌륭한 인격인가? 그런데 문제는 그런 선의가 자존심 혹은 지나친 충성심과 결합되어 잘 모르는 것도 안다고 하며 나서는 일이다. 그것은 인격이 아니라 성격이다. 차라리 처음부터 못하면 못한다, 모르면 모른다고 해 주면 대안이라도 빨리 찾아 해결할텐데, 무조건 '네' 해 놓고 나중에 어찌됐냐고 물어보면 그 제서야 '잘 모른다' 혹은 '아직 못했다' 이런 식의 태도는 정말 민폐이다. 그런 사람은 결국 못 한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가 얼마나 훌륭한 철학적 명언인지 깨닫는다. 나의 무지를 깨닫는 것에서 지식은 시작된다는... 그런에 이는 일상 생활 속에서도 상호 간에 신뢰를 형성하기 위해 필요한 태도이다. 단, 모른다고 못한다고 할 때에는 싸가지 없이 너무 당당하게 하지 말고 조금은 미안하게~! 그것이 조직 생활의 에티튜드인듯. 그런데 나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관련된 지식에 대해 모른다면 그것은 신뢰도를 뚝 떨어뜨리겠지. "선생님, 이게 이해가 안 돼요. 무슨 뜻이에요?" "미안~ 잘 모르겠어" 이건 곤란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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