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방송은 뭐가 다른데?

사회선생 2015. 9. 7. 13:34

프랑스 르몽드 지에서 시리아 난민 어린이의 시신 사진을 1면에 실었다. 바다에 떠밀려와 마치 잠을 자는 것처럼 엎드려 있는 아이의 시신은 보는 이들을 숙연하게 했다. 그런데 같은 지면에 해안가에 섹시하게(?) 핸드백 베고 엎드려 있는 여성의 모습. 구찌 광고 사진이 같이 게재되었단다.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당연히 실수였겠지만, 그래도 죽음에 대한 조롱같이 느껴져 불편하게 한다. 그런데 문득 방송을 생각해 보니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방송은 더 하다.

뉴스에서 특종이다 속보다 내보내면서 사고 보도를 하고, 망자에 대한 애도를 표하지만 방송이 끝나면 다시 광고에서는 이거 먹어 봐라, 저거 입어 봐라, 여기서 살아 봐라 온갖 욕망을 자극하는 광고들이 판을 친다. 아프리카 난민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는 뉴스가 끝나기 무섭게 우리의 시선은 닭다리 잡고 왔다갔다 하는 연예인들의 각선미를 따라가야 하고, 편안하고 안락하지 않은 내 의자와 TV 속의 저 의자를 비교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저 망고를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 따위를 고민해야 한다. 방금 전에 뉴스에서 봤던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건만 -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 우리네 방송은 사실 르몽드 못지 않게 늘 무겁고 심각한 뉴스들을 가볍고 유치하게 조롱한다.

어차피 세상 그런 거라고, 당장의 내 문제와 내 욕망이 그들의 전쟁이나 기아보다 훨씬 더 와 닿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고 그것이 삶이라고 해도 지워지지 않는 불편함. 우리네 미디어가 갈 길이 정말 이게 맞는건가? 르몽드지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나치게 재미있는 광고'를 보는 것은 여전히 불편하다. 니나노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닌 것 같아서 말이다.


http://media.daum.net/foreign/others/newsview?newsid=20150907104810050

'세상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응팔도 고증을 못하는데...  (0) 2015.11.24
직업의 본질  (0) 2015.09.16
시리아 난민문제  (0) 2015.09.06
용팔이마저 한 철 장사라고   (0) 2015.09.03
모든 이의 삶속에 우주는 존재한다  (0) 2015.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