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응팔도 고증을 못하는데...

사회선생 2015. 11. 24. 09:40

응답하라 1988이 인기라고 한다. 나 역시 당시의 소품을 보는 낙으로 시간이 되면 TV 앞에 앉는다. (나는 우리나라 옛날 영화들, 특히 60-70년대 영화들도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당시 서울 풍경이나 시골 풍경을 보는 재미 때문이다. 간혹 촌스러운 더빙 연기와 거친 연출도 풋풋할 때가 있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다이얼 전화기, 공중전화, 카셋트 라디오 플레이어, 우편 엽서, 전기곤로, 연탄아궁이와 연탄창고, 골목길 등이 등장인물들의 삶 속에서 보이는데, 그것들이 주인공들의 억지스러운 행동이나 말보다 훨씬 즐거움을 준다면 과장일까?

그런데 그걸 보면서 나 역시 어, 저건 저 때엔 분명히 없었는데... 하는 것들을 종종 발견한다. 아니나 다를까 요즈음 응팔에서 옥의 티를 찾는 것이 또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인가보다. 드라마가 다큐도 아닌데 엄격한 고증의 잣대를 들이대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제작진이 좀 더 섬세하게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은 든다. 

그리고 다른 한 편으로 드는 생각. 고작 30년도 안 된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 재구성하는 것도 이렇게 말이 많고 힘든 일인데 - 단지 소품 하나 사용하는 것도 - 수 십 년, 수 백 년 전의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그래, 가능은 하겠지만 각각의 기억 속에서 그 사실과 사물과 사건은 분명히 다르게 남아 있을거고, 그들은 모두 자신의 기억이 맞다고 생각할게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누가 말한 것처럼 역사란 어쩌면 구성하는 자들의 주관적인 선택과 해석일 뿐, 객관적인 역사이란 애시당초 존재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의 존재 여부 조차도 이렇게 기억 속에서 다르게 존재하니 말이다. 사실 자체를 인정해도 그에 대한 해석은 분명 인간의 몫이고, 해석이 존재하지 않는 사실은 그 자체로서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은가?  

정말 그 시절이 좋았나? 그 시대가 좋았다기보다는 젊은 시절의 내가 그리운 것은 아닌지? 골목길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웃고 떠들고 놀았던 감수성 말랑말랑했던 지금과는 다른 그 때의 나를... 다시 연탄 갈며 살아야 하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냐고 물으면 대답은 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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