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상위 50개교 중 일반고는 8개교 뿐이란다. 국영수 상위 10개교를 봤더니 일반고는 1개교 밖에 없는데 그 한 학교도 일반고라고 하기에는 매우 특수한 학교이다.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비평준화 지역의 일반고라니 말이 일반고이지 완전히 선별된 학생들이 모여 있는 학교이기 때문이다. 요즈음의 일반고란 선별된 학생들은 모두 빠져 나간 후 모인 학생들이다. 성적 최상위는 없고, 최하위는 가득하다. 성적만 최하위면 그래도 낫다. 다들 예상하고 있듯이 성적 최하위는 생활지도의 어려움이 수반된다. 그게 현재의 일반고 현황이다. 그런데 명색이 인문고라며 명문대 입학률을 가지고 절대 경쟁 시장에서 우위를 다투어야 한다. 다툰다는 것이 어불성설. 이미 출발점이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두 평짜리 동네 빵집을 아무리 잘 운영해도 르꼬르동블루에서 공부하고 온 재벌2세의 럭셔리 빵집만큼 매상을 올릴 수는 없다. 어쩌다 한 번 히트칠만한 빵을 만들어낼 수는 있겠지만 절대로 그것이 유지될 수 없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현재의 판을 바꿀 생각은 하지 않고, 자꾸 일반고 전성시대 - 영자의 전성시대라는 신파 영화가 떠올라서 난 어감도 마음에 안 든다. - 를 만들겠다며 정책을 세우려고 하고, 예산을 편성하려고 하는데, 이건 뭐 생색내기와 면피용 정책이라고밖에. 그렇게 일반고 전성시대를 만들고 싶으면 아예 몰아주기식으로 해서 평준화를 완전 폐지해 버리시든가. 그럼 지금보다는 건질만한 일반고가 몇 개는 더 만들어질테니...
그런데 여기에 더해서 쉬운 수능이 해결책이라며 앞으로 수능을 쉽게 출제하겠단다. 아이고 의미없다! 그럼 대학에서는 더 많은 전형 방법들을 개발해 낼텐데, 일반고에서 어떻게 따라가라고? 우리나라처럼 입시에 목숨 거는 나라에서는 다양화가 서열화를 필연적으로 초래할 수밖에 없다.
80년대 후반, 강북과 강남 8학군의 차이가 시작될 때의 차이는 지금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이제 출신고등학교가 막강한 네트워크가 되기 시작했다. 너무나 아이러니하게도 경기고 서울대 라인이 주는 폐해를 없애려고 평준화했는데, 지금 다시 그 보다 공고한 라인이 만들어지고 있다. (당시에는 가난한 집 애들도 경기고 많이 갔고, 지방학생들도 서울대 많이 갔다) 사회적 자본이 출신초중고등학교에서부터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비평준화가 수월성 교육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없고, 하향평준화를 가져왔다는 신뢰할 만한 연구 결과도 존재하지 않는다. 차라리 영재교육을 활성화시키고, 고등학교는 다시 평준화로!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8/20/2015082000109.html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8/19/0200000000AKR20150819179300004.HTML?input=1179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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