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자소서로 인사 받다

사회선생 2015. 9. 11. 14:00

1교시 수업이 끝나고 교실을 나서는데,  학생 중 한 명이 다가와 수줍게 말한다. "선생님, 제가 교육학과에 가고 싶어서 자소서를 썼는데요, 조금... 봐 주실 수 있는지..." 흔쾌히 가지고 오라고 했다. 아무리 바빠도 학생이 자소서 봐 달라는데 거절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내가 대학원 다니며 공부하는 걸 알고 교육학 관련 조언을 얻고 싶어하나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자리에 없는 사이에 두고 간 자소서를 읽어보니 그런 목적이 아니었던것 같다. 내 수업을 내가 다시 한번 기분좋게 되돌아보게 해 주는 감동적인(?) 내용이었다. 마치 내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가치있는 삶'을 다짐하게 됐다는 학생의 말은 나를 매우 기쁘게 했다. 학생 수준에서 가치 있는 삶을 서술했지만, 가치있는 삶을 생각했다는 것이 어딘가? 

점심 시간에 내려온 학생에게 교육학과가 교수법을 가르치는 학문이 주는 아니니 그 내용 말고 다른 내용으로 바꾸자고 하며 몇 가지 조언을 해 주었다. 그리고 말했다. "야~~ 선생님은 진짜 다 너처럼 생각했으면 좋겠다. 우리 수능 끝나면 의미있는 삶이란 무엇일까에 대해서 토론 수업 한 번 해 볼까?"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사실 선생님도 가치있는 삶이 어떤 삶인지 잘 몰라.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열심히 할 뿐이야...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