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전쟁이 나면 어떻게 될까?

사회선생 2015. 8. 21. 07:58

북한이 또 도발을 했나보다. 가끔 잽을 날리며 우리의 간을 보는 것 같은 그들의 행동에 위협이 느껴지진 않지만 그래도 문득 이러다가 이판사판 같이 죽자고 덤비는 전쟁이라도 나면 어떻게 하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 건 아니다. 전쟁이 일어난다면 우리네 삶은? 정치, 경제를 떠나 그냥 나의 사는 모습이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보면 끔찍하다.  모르긴해도 6.25때보다 생존 가능성은 낮아지고, 생활은 불가능해져서 인간의 몰골로 살아갈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이다. 인간이 인간이기를 포기할 때처럼 공포스러운 것이 있을까?

전에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얘들아 만약 전쟁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 그럼 제일 먼저 나오는 답변은 의외다. "학교에 안 와요." 그럼 나는 진지하게 받는다. (난 학생들이 질문을 웬만하면 진지하게 받아서 진지하게 설명한다.) "맞아, 학교에 안 오겠지... 그럼 집에서 뭐해?" " 그냥 게임하고 TV 보고 놀지요." "음...전시에 전기는 들어올까?" "그냥 촛불 켜 놓고 보드 게임하고 놀지요 뭐." "밥은 제대로 먹을 수 있을까?" "저희 쌀은 많아요." "물과 가스가 나와야 밥을 해 먹을 거 아냐? 전시가 되면 물과 가스 공급이 제대로 될까? 안 될텐데... 그럼 수세식 화장실도 못 쓴다. 상상해 봐." 그 정도 가면 이제 학생들이 아, 이거 장난 아니구나 느낌을 갖는다. 그럼 거기에 나는 하나 더 나쁜 상상을 얹어준다. "그래 운이 좋아서 피난을 갔다고 치자. 거긴 지하수 퍼 먹고, 화장실도 푸세식이고, 농작물들이 제법 먹을 게 있다고 치자고. 그런데 피난 가다가 엄마가 심하게 다쳤어. 어떻게 하지? 병원에는 제대로 갈 수 있을까? 아니 엄마가 죽었어. 그럼 어떻게 살지? 살기야 살겠지... 그런 삶 어때?"   그러면서 결론을 내려준다. 사실 학생들도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할 뿐 그 정도되면 대충 결론은 내렸겠지만. "얘들아 전쟁은 절대 나면 안 돼. 어떤 전쟁에도 인간은 존재할 수 없어. 휴머니즘은 없다고. 그러니까 인간이 인간답게 살려면 전쟁같은 건 일어나면 안 돼."

정치적, 경제적 명문을 떠나 전쟁을 생각할 때 제일 먼저 인간의 삶을 생각해야 하리라. 차라리 농업 사회 시절이 나았다. 그 때에는 그대로 적군이 들어오긴 전까지는 '제대로' 의식주 생활이라도 하지 않았나? 우리네 생활의 편리함이 우리네 문명이 사실은 매우 표준화되어 있어서 무너뜨리기도 쉽고, 취약하다는 것을 전쟁만 생각하면 느껴진다. 인류의 문명이 고도로 발달할수록 멸망도 어쩌면 훨씬 쉬울 수 있을거라는 느낌. 나의 상상이기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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