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줄 알았다면 방학을 1주일 늦게 하고, 개학을 일주일 늦출 걸 그랬다. 개학하고 보니 구 식당은 폐쇄됐는데 새로운 식당은 완공되지 못했다. 당장 하루 종일 학교에 있어야 하는 학생들의 급식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그래서 3학년은 임시로 초등학교 식당에서, 1,2학년은 단체로 도시락을 주문해서 먹게 되었다. 1,2학년의 도시락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3학년과 함께 식사를 해 보니 이건 제대로 먹는게 아니다. 뭐, 6층까지 올라가는 거야 괜찮다. "선생님, 힘들어요." "야 니들 운동도 좀 해야 돼. 이 정도가 뭐가 힘드니?" 그렇게 대답했지만 나도 습관이 되지 않아 힘들었다. 그런데 그렇게 힘들게 식당까지 올라가서 보니 평소에 먹던 밥보다 영 못하다. 반찬의 가지 수와 질이 뚝 떨어진다. 같은 가격인데다가 심지어 학생들 입장에서는 그 높은 곳까지 올라가서 먹어야 하는데 - 3학년은 그 동안 교실 배식을 했다 - 밥이 영 시원찮다. 덥기는 또 어찌나 더운지.... 초등학생들이야 사이즈도 작고 수도 적어서 그 식당에서 밥을 먹어도 쾌적하겠지만, 여고생들의 덩치와 13개 학급 수는 그냥 줄을 서 있는 것만 봐도 숨이 탁탁 막히게 덥다. 아니나 다를까 어제 그 경험을 한 학생들이 이탈하기 시작했다. 하긴 나도 쾌적한 곳에서 사발면에 김밥 먹는게 훨씬 낫겠다 싶었으니 학생들이야 오죽할까. 1주일만 참으면 된다고 다독이고 있는데, 걱정이다. 1주일 뒤에도 이렇게 밥을 먹어야 한다면... 원성이 커질 것 같다. 사실 우리네 여고생들에게 학교 오면 무슨 낙이 있겠는가? 친구들과 수다 떨면서 밥 먹는 낙이 가장 클텐데... 그것이라도 지켜줘야 하건만. 빨리 식당이 완성되어서 쾌적하게 제대로 된 밥을 먹을 수 있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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