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또라이같은 담임

사회선생 2015. 4. 14. 07:57

 오래 전 중학교에 근무할 때 한 학생이 전학을 왔다. 속수무책 사고뭉치였는데, 수업 시간에는 잠을 자고 쉬는 시간에는 싸움을 하고 등하교 시에는 흡연을 했다. 듣기로는 하교 후에는 주로 PC 방에서 게임을 한다고 했다. 교사들은 그 학생의 담임이 아닌 것에 안도하면서도 그 반 수업에 들어가는 것조차 불쾌해했다. 잠을 자는 아이를 깨우면 "에이 씨X" 하기 일수였고, 급기야는 "저는 그냥 졸업만 하면 되거든요. 그냥 냅둬요." 하더란다.

 당연히 지각, 결석도 잦아서 결국 담임 교사가 이 따위로 학교 생활 할 거면 그만두라고 혼을 내며, 복도에 세워 두었다. 그런데 그러기가 무섭게 그 학생의 어머니가 학교로 달려왔다. 그리고 교무실 문을 열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우리 애보고 학교 그만두라고 한 또라이 같은 담임 누구야?" 

 그러던 어느 날, 학생으로부터 담임이 전화를 받았다. "선생님, 저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어서 학교에 못 가요." "왜? 어디 다쳤니?" " 아뇨, PC방 주인이 저를 때려서 고소하려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거에요. 담배 피웠다고 머리통을 때리잖아요. 지가 뭔데... 엄마가 경찰에 신고하고 입원하랬어요. 합의할 때까지 학교에 못 나가니까 그런줄 아세요."

 우리는 학생들의 잘못을 교육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모든 학생들의 행태를 학교 교육만으로 바로 잡을 수는 없다.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학교에서 '수용'해 주기를 바라는 사회의 시선과 더불어 '말썽'이 되어 외부로 노출되지 않기를 바라는 속성때문에 그런 막가파 학부모와 학생들이 오히려 학교에 끝까지 버티고 앉아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본다. 

 그와 유사한 학생을 지금도 하나 목격하고 있다. 1학년 때부터 지각 결석을 자주 하고, 수업 시간에 잠만 자고 깨워도 일어나지 않고 - 심지어 시험 때에도 답안지 작성을 하지 않아서 옆에 앉은 친구에게 번호 이름을 쓰게 했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 지각, 결석, 조퇴는 둘째치고 교사에게 막말, 흡연 등등... 그런데 학교에서는 그 학생을 징계하지 못하고 3학년으로 올려보냈다. 그 어머니가 일가 친척들 거느리고 학교에 와서 학생을 지도하는 교사들에게 깽판을 치며 교장실에 들어가서 교장을 설득(?)했단다. 교장 교감이 그냥 두라고 하는데, 더 이상 어떻게 지도하겠는가? 그런 상태로 3학년이 되었다.

 지금 그 반 수업을 들어간다. 그 아이가 등교하지 않은 날이면 수업 분위기가 정말 말할 수 없이 좋다. 그런데 그 아이가 있는 날에는 수업 분위기가 우울하다.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잠만 자고 있어도 그 아이가 학급에 미치는 악영향이 분명히 있다. 무력감과 냉소적인 태도, 눈치보기, 그리고 확산 효과.... 다수의 선량한 학생들이 피해를 보지 못하도록 이 학생은 1학년 때에 해결했어야 했다. 비교육적인 처사라고 할 지 모르겠으나 적절한 징계가 있어야 했고, 그래도 안되면 상담이든 치료든 받아야 했다. 적어도 이런 상태로 아무렇지도 않게 위세를 자랑하며 등교하게 해서는 안 된다. 오늘도 수수 방관할 수밖에 없는 무력한 담임과 교사들은 그 아이를 '주무시게' 한 채 수업한다. 교장도 막가파 학부모 앞에서는 약하다. 왜 1학년 때에 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정말 개별 교사의 징계권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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