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잘 하는 일이 일치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대부분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자신이 잘 하는 일이 일치하는 행복한 사람들이 많지 않다. 정확하게 말하면 자신이 정말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조차도 모른다. 자신이 원하는 일은 - 정말 자신이 원하는 일이라기 보다는 - 대부분 높은 보수와 낮은 노동 강도, 사회적 지위, 안정성이 보장되는 일로서 '사회에서' 정해 놓은 일이다. 자신이 잘하는 일은 무엇인지 아예 모른다. 학교 교육에서 찾아줄 수 있으련 좋으련만 우리네 교육은 허점이 너무 많다. 그런 이유로 청소년들은 물론이고 어른들조차도 자신의 일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쩌면 평생동안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살다가 가는 것이 인생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로또만 당첨되면 당장 이 일 때려치울텐데..." 하는 사람에게 "그럼 무슨 일을 하고 싶은데?" 물었더니 "일은 무슨 일? 그냥 막 돈 쓰면서 놀거야." 한다. 그래서 "뭐 하면서 놀건데?" 그랬더니 "뭐 놀거야 많지. 세계 여행도 다니고..." 과연 그럴 수 있을지 솔직히 의문이다. 인간은 - 엄격하게 말하면 교육받은 인간은 - 본질적으로 공동체 속에서 의미있는 일 혹은 창의적인 일을 하지 않고서는 행복을 느끼기 힘들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C는 어느 모임에서 종종 만나게 되는 중학교 교사이다. 참 젊잖고 예의 바른 사람이지만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다. 교사들이다 보니 모이면 학생들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는데, 그는 늘 냉소적이었으며, 자신의 학생들에 대해 무관심했다. 근본적으로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없는 듯 보였으며, 무미건조하게 교실 수업을 할 것만 같은 그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런데 얼마 전 필요한 논문들을 찾다가 그가 쓴 논문 여러 편을 접하게 되었다. 그의 훌륭한 논문에 깜짝 놀랐다. 그의 학문적 내공이 느껴지는 감탄스러운 논문이었다. 와, 어떻게 이 주제로 이렇게 논문을 쓸 생각을 했을까? 이 어려운 개념을 어쩌면 이렇게 치밀하게 풀어놓았을까? 정말 대단하다. 그 생각을 하며 깨달았다. 그는 교사로서보다 학자로서의 달란트가 큰 사람이었다는 것을... 모두 다 잘 하는 사람은 없다. 그에게는 교실 현장보다는 학자로서의 길이 더 맞는 사람인 것 같다. 그리고 그는 학문으로 나같은 사람을 성장시키는 데에 기여하고 있다.
문득 우리네 학생들이 잘 할 수 있는 것은 모른채, 예전에 C 교사를 보면서 '교사가 왜 저럴까?' 하고 생각했던 것처럼 '쟤는 왜 저럴까?' 하고 있지는 않은지... 내가 모른다고 해서 그의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의 길도 무궁무진할텐데, 어른들이 하고 싶은 것을 주입시켜 놓고, 잘 할 수 있는 것은 찾아주지도 못한 채 다그치고 있지만은 아닌지... 그래서 그들이 사회인이 된 후 '에이 죽지 못해 이 일 하면서 산다' 고 하면서 삶을 살아가게 하지는 않을지 걱정스럽다. 우리네 학생들이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평생 즐겁게 일을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임금 격차가 크지 않은, 기본적인 복지는 해결되는 사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건만... 점점 무력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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