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생들이 학교에 왔다. 교생들의 풋풋한 분위기가 교정에 핀 꽃이 우리를 설레게 하는 것처럼 학생들을 설레게 하나보다. 개나리나 목련, 벚꽃은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탓에 뭔가 안정적이지 않고 결핍된 느낌이 들지만 - 잎이 받쳐주지 않으니 - 그래서 꽃이 화려하고 꽃의 본질(?)에 충실하게 되어 더 꽃답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교생들을 보면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아직 때가 안 된 것 같지만 기성의 교사들이 갖고 있지 못한 순수함이 보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가장 교사다운 마음은 저 때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교생들을 보면 오래 전 나의 교생 시절이 떠오른다. 내가 교사가 된 것은 온전히 교생 실습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교직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왜 교직 과목을 이수했느냐? 어차피 이수해야 할 과목들 많은데, 자격증이라도 주는 과목을 이수하자는 아주 실리적인 선택이었다. 필수 이수 과목인 교생 실습을 피할 수 없었고, 나는 대학교 4학년 1학기 때에 중동 중학교로 교생 실습을 나갔다. 인민군도 무서워한다는 중학교 2학년 남학생들을 맡아서 함께 생활했지만 난 하루 하루가 정말 재미있었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하는 기분으로 출근을 했다. 사춘기 소년들의 짖궂은 행동이 당황스럽다기보다는 웃겼고, 나는 더 웃기게 대응하며 나름대로 래포를 형성해 나갔다. 마지막 날 한 학생이 내게 마지막 인사라며 한 말, "교생 중에 선생님이 제일 이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선생님이 제일 좋았어요." "야, 굳이 안 이쁘다는걸 확인시켜 줄 필요가 있냐? 그냥 뒤의 말만 하면 되지...아, 이 녀석이 세상 사는 법을 몰라." 그렇게 말하면서 그 녀석이 내밀었던 에어서플라이 테이프를 꽤나 오랫동안 가지고 다니면서 들었다. 그리고 교사 괜찮겠다, 할만하겠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게 됐다. 그리고 지금 난 교사가 되어 있다.
그 때의 나처럼 교생들도 비슷한 경험들을 하고 있겠지... 모쪼록 그들이 좋은 경험을 하게 되길 바란다. 아니 좋은 경험들을 많이 만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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